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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공초월 여행’ 미야지마의 ‘Time Train’,서울에
독일,일본 이어 한남동에 온 ‘LED기차’

요즘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로 부상 중인 용산구 한남동의 일명 ‘꼼데 거리’. 그 중심축인 패션스토어 꼼데가르송(프랑스어로 ‘소년처럼’이란 뜻) 지하의 ‘한남Six’ 갤러리(02-749-2525)에서는 지난 주부터 모형기차가 끝없이 긴 레일을 달리고 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다츠오 미야지마(Tatsuo Miyajima, 54)의 설치미술 작품이다.

‘Time Train’이라는 타이틀의 미야지마의 작업은 2008년 독일의 서부도시 레클링하우젠의 미술관에서 처음 소개된 뒤, 일본 오사카의 꼼데가르송 ‘오사카Six’에 이어 세번째로 서울에 설치됐다. 숫자가 깜빡이는 푸른색 LED가 장착된 작은 기차들이 62m 길이의 둥근 레일을 끊임없이 달리는 작품이다.

미야지마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1부터 9까지 숫자가 계속 바뀌는 디지털 카운터 설치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 첨단 테크놀로지에 동양적 철학을 접목시켜 ‘시간성’과 ‘생명사상’을 표현한 작업은 세계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숫자가 반복적으로 명멸하는 작업은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은유한 ‘지극히 명상적인 작업’으로 분석된다. 

이번에도 작가는 같은 맥락의 작업을 시도했다. 끝없이 점등하는 손톱만한 LED를 싣고 달리는 미니 기차는 유태인을 싣고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를 상징한다. ’Time Train’전에 나온 미니 기차는 1932~45년 독일서 실제 운행됐던 증기 기차를 독일의 기차모형 전문업체가 정교하게 축소해 만든 것. 독일 곳곳을 운행했던 이 기차는 2차 세계대전 중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운반했으며, 유태인을 종착역인 아우슈비츠로 싣고 가기도 했다. 독일의 가장 암울했던 역사를 상징하는 오브제인 셈.

미야지마는 그 기차 10량에, 점등하는 LED박스 100여개를 장착해 삶과 죽음, 환생과 순환을 표현했다. 기차에 실린 LED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절규하는 유태인의 영혼을, 넓은 의미에선 좌표를 잃은채 번뇌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한국을 찾은 작가는 “독일에서 처음 작품을 발표했을 때 아우슈비츠를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라 반향이 매우 컸다. 한국은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만큼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아 역사를 되돌아봤음 좋겠다"고 밝혔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긴 하나 인간의 보편적 주제인 삶과 죽음에 방점을 두는 미야지마의 작업은 동시대 미술의 한계성을 초월하는 도전적 전시를 보여주고자 하는 꼼데가르송 Six의 방향성과 일치해 일본 전시에 이어 한국 순회가 이뤄지게 됐다. 전시는 5월1일까지. 무료 입장. 02)749-2525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제공= 꼼데가르송 한남Six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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