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본격 성인소설 알리바바(184)
<184>적과의 동침 (21)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정복 경찰관의 태도에 유민 회장은 찔끔했다. 간이 떨렸는지도 모른다.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담배 좀 꺼주십시오’ 하고 정중히 부탁하는 투였지만 그 경찰관의 가느다란 눈에서 번득이는 푸른 안광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양반, 칼칼하기는… 뭘 째리고 그러나… 끄면 되지.”

라면국물에 주둥이 덴 놈처럼 혀가 오그라들던 차에 바지에 칼주름을 잡은 사내 한 명이 정문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방금까지 눈에서 푸른 독을 쏟아내던 정복 경찰관이 갑자기 몸을 꼿꼿이 세우며 날렵하게 경례를 붙이는 것이 아닌가.

“아따 경례 한 번 요란하게 붙이네. 누구요? 저 사람. 뱃속에서부터 금 숟가락이라도 물고 나왔대?”

“금배지 단 것도 못 보셨습니까? 그리고 서장님은 부재중이시니 방문기록 남기고 차후에 다시 오시라는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입이 딱 벌어질 노릇이었다. 대기업 회장은 불알 뜯긴 홍어고, 국회의원은 하느님 동기동창이란 말이지?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거야? 뭐야.

“나… 유민 제련그룹 회장이라니까?”

“여기는 제련소가 아니란 말입니다. 회장님.”

유민 회장의 얼굴은 갓 삶아낸 문어대가리처럼 벌겋게 충혈 되어갔다. 차라리 애초부터 유치장에 갇힌 아들을 면회 온 못난 애비라고 이실직고했던들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졌다. 뜨거운 콧김이 새어나올 정도로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네 이름이 뭐야? 경찰총장에게 직통전화라도 날려야 정신 차리겠구먼.”

유민 회장은 호기롭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저장목록에 경찰총장의 전화번호가 담겨있을 리 만무했다. 재다이얼을 누르니 방금 전에 통화했던 현성애의 번호가 찍혀 나올 뿐이었다. 그러니 어쩌랴. 그녀에게 하소연이나 할 수밖에.

“이봐요, 현 양! 어디 더러워서 살겠나. 아무래도 국회의원부터 한 자리 해먹어야 할까봐.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파고들려면 얼마나 들까?”

뜬금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짐짓 우렁차긴 했어도 내심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왜요? 아드님을 빼내줄 수 없대요?’ 하는 현성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니야. 그 녀석 빼내는 일 쯤은 식은 죽 먹기지. 지금 나는 본격적으로 랠리 사업을 벌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거야. 어차피 여당의 대선후보와 얽힌 이상 국회의원 자리부터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오.”

“주고받자는 뜻이로군요? 좋지요. 3000억 원이나 거저 대주는 셈인데 까짓 의원자리 하나 못 얻으면 말이 안 되지요.”

“그렇지? 어차피 같은 배를 탔는데… 주고받는 편이 모양도 좋지?”

“잘 생각하셨어요. 그래야 세상 이치에 맞지요. 일이 잘 풀려서 회장님이 금배지를 달게 되면 우리 레이싱 팀 역시 날개를 달 수 있을 거예요.”

수화기를 통해 아드득, 빠드득! 어금니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유민 회장의 결심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그렇겠지, 미련 곰퉁이가 아닌 바에야 3000억을 쏟아 부은 뒤엔 도금이라도 된 금배지 하나쯤은 차지해야 하겠지.

“그래요, 언제까지나 사모님 위세에 눌려서 어깨 처진 채 살아갈 수만은 없어요. 여의도에 입성해서 수모도 갚고… 레이싱 팀도 팍팍 밀어주세요. 저도 죽도록 뛰어볼게요.”

현성애는 한없이 기뻤다. 레이싱 사업을 벌이려는 유민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득 감격스럽기도 해서 눈물이 찔끔 흐르려는 순간… 이건 또 뭐지?

“참, 아까 당신이 복도에 벗어던진 팬티, 브래지어는 아직도 못 찾았지? 어떤 놈이 집어갔을까? 혹시 경비원 짓은 아닐까? 그렇다면 큰일이군. 참 큰일이야.”

<계속>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