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매립지에서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구제역 대책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가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일 오후 경실련 강당에서 열리는 ‘구제역 사태 진단과 향후 대책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참석하는 발제자와 참석자들은 가축의 사육, 질병관리 등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들이 사육규모의 확대에 비례해 정립돼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발제자로 나선 김유용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농장의 유지에 필요한 사료차량, 출하차량들이 지역을 넘어서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는 배합사료를 공급받을 때에 농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료공장에서 공급을 받는 체계가 이미 완성되어 실시중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덴마크,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축산농가들은 사료회사에서 배합사료를 구입하기도 하지만, 축산농가들이 식량작물을 직접 재배를 하던지, 인근에서 구입을 하여 원료사료를 농장에서 준비하고 필요한 첨가제들만 공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차량의 출입을 가능한 줄이거나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로서는 축산농가에서 출하된 가축들이 해당 지역에서 도축되지 못하고 권역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 도축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올해도 도축장 통폐합작업을 위해 국고가 300억이 사용될 예정인데, 권역별 가축사육규모에 비례해 도축장의 도축능력이 해당지역에 갖춰져야 가축이 타 지역으로 이동돼 도축하면서 발생되는 많은 문제점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축산선진국들인 EU의 여러 나라 공항에서 축산인들의 입국시 소독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국가간 방역은 매년 1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공항 및 항만 등에서의 차단방역은 제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이는 실제로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침출수 유출과 관련해 김선경 환경보건시민센터 연구원은 “매립지의 사체는 누출되지 않고 증발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매립지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며 “대부분 산 상태로 매장 당한 동물들의 총 중량은 24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절반 정도는 액상으로 외부로 배출될 것이고, 나머지는 토양으로 스며들거나 고형물로 앞으로 수백 년 동안 땅속에 존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매립지는 미생물에 의한 정상적인 분해과정이 진행되기 매우 어려운 상태이어서 고농도의 유기 폐기물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적 매몰 처리 대신 폐수 처리 설비를 갖춘 농장은 자체적으로 정화 처리를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의 사체는 공공이나 사적 폐수 처리장이나 고형물 처리 시설에서 처리한 뒤 남는 고형물은 모두 모아 위생적으로 매립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미 매몰된 것에 대해서는 기온이 올라가 침출수가 더 퍼져나가기 전에 즉각 회수할 것을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 교수는 국가 가축방역체계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농장고유번호제는 가축의 개체식별∙등록제의 사전단계로서 필요하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축산농가관리방법이라는 점에서 조기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쇠고기생산이력제나 돼지열병 박멸정책의 일환으로 이미 정보가 구축된 농가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게 되면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친환경적 사후처리기술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며 “선진국의 사후처리 기술을 보면, 먼저 전염병 발생 직후는 농장수준에서 빠르게 대처하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위해 소각처리방법을 채택하며, 이후 규모가 확대될 경우는 지역별로 렌더링(가축을 고온에 녹이는 방법)시설을 가동해 처리한다”고 말했다. 매립ㆍ매몰처분에 매몰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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