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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반정부 지도자 사형” 언급…이집트 후폭풍 소멸?
아랍권 민주화 운동의 불길이 이란에서 격화되는 가운데 이집트와는 사태 전개 양상이 사뭇 다르게 나타나 주목된다. 특히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이집트와 반미국가인 이란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집트 혁명 당시 우왕좌왕 하며 ‘질서있는 이양’을 강조하며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과 달리 미국은 이란의 혁명을 내심 지원하면서도 아직까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이집트와 달리 반정부 지도자에 대해 ‘사형 집행’을 언급하는 등 강경 일변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시위대는 테헤란에서 14일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대학생인 사나 잘레와 모하메드 모크하르티가 사망하면서, 18일 이슬람 혁명 32주년에 앞서 이들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16일 대규모 시위가 예상돼 또 한 번 유혈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란, 반정부 지도자 사형 거론=15일 이란 지도부는 시위대에 강경대응을 다짐하며 진압에 나섰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와 생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은 최고를 지향하고 세계에서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바꾸려는 나라이기 때문에 적들이 분명히 있다”면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이들이 결코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반응은 한층 더 격렬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야당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 및 메흐디 카루비에 대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집트 지도부가 시위 발발 후 군부 및 여ㆍ야로 갈리며 우왕좌왕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非) 아랍국인 이란은 대표적 반미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이집트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또한 30년 간 독재통치가 이뤄졌던 이집트와는 달리 이란은 헌법으로 대통령 1회 연임과 3권 분립을 표방하고 있다. 이란에선 이집트와 같은 정권 전복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리란 전망도 이에서 비롯된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종교지도자 성격의 최고지도자가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어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야당 정치인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 이와 관련,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란은 보다 역동적인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무바라크가 집권한 30년 동안 이란에서는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었다”고 밝혔다.

▶미국, 이집트 때와 달리 신중=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미국은 이번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이란 정권에 변화가 있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이집트 혁명 때와는 달리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5일 “이란 국민이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한 열망을 표출하는데 용기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면서도 “이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미국이 직접 지시할 수는 없으며 오로지 도덕적 지지를 보낼 수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에 대해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권력이양을 드러내 놓고 촉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신 미국은 인터넷 등으로 이란의 민주화를 위한 작업을 조용히 전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3일부터 트위터(USAdarFarsi)에 파르시어로 이란 정부의 위선을 맹비난하는 등의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15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인터넷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은 국민들의 의사표시 열망을 영원히 억지할 수는 없다”며 미국 가치 전파에 인터넷 활용하겠다는 ‘속내’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란 전문가 수전 맬로니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개입한다는 인식이 이집트보다 이란에서 훨씬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충고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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