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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냄새 나는 수사물 ‘感’ 잡았다
안방극장 한국형 수사드라마 새바람
‘싸인’ 시청률 20% 인기몰이

‘강력반’ ‘포세이돈’도 촬영중

첨단과학수사 미드와 차별화

갈등 초점·심리묘사 탁월


MBC ‘수사반장’ 이후로 이렇다 할 만한 성공작이 없는 국내 수사물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SBS ‘싸인’이 2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한국형 정통 수사물’을 표방한 KBS ‘강력반’과 해양경찰특공대원의 삶을 그린 SBS ‘포세이돈’이 한창 촬영 중이다. 형사의 사랑을 그린 멜로물을 지양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형사ㆍ법의관의 노동현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 요즘 수사물의 새로운 경향이다. 

사실 ‘수사반장’ 이후 국내 수사물계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KBS ‘폴리스’, KBS ‘형사25시’, SBS ‘경찰특공대’, MBC ‘히트’가 등장했지만 ‘수사반장’만큼의 영향력을 얻지 못했다. 미드ㆍ일드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사설탐정(도망자)조차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영화 ‘조선명탐정’ ‘살인의 추억’ ‘공공의 적’ 등 걸출한 수사물이 스크린을 통해 빛을 발했다. 

TV는 자연히 형사의 사랑에 집중한 멜로물(프라하의 연인, 달콤한 스파이, 눈사람), 연쇄살인 등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리물(부활, 마왕)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왔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수사 드라마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고 형사와 법의관이 사건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두뇌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 ‘수사반장’, 좀더 가깝게는 미드 ‘CSI’식 수사물과 닮았다. ‘싸인’의 법의학자는 아이돌 가수의 죽음에 이어 미군 총기사고, 대기업 직원의 연쇄 의문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케이블 드라마 ‘별순검’(MBC드라마넷), ‘신의퀴즈’(OCN), ‘조선 X파일 기찰비록’(tvN)에도 거의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2000년대 미드 열풍을 일으킨 ‘CSI’가 새로운 수사 드라마의 방향성을 제시한 가운데, 미드와 시청층이 비슷한 케이블채널을 중심으로 에피소드 전개방식을 띤 수사물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물론 국내 수사물의 이야기 구조는 미드 ‘CSI’가 내세우는 첨단 과학수사와는 차이가 있다. ‘CSI’가 결정적인 증거와 추리, 과학수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싸인’과 ‘강력반’은 여전히 두 주인공의 갈등관계와 권력구조에 집중한다. 

첨단 과학수사를 내세운 미드 수사물과는 달리 갈등관계와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수사물이 안방극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SBS‘ 싸인’의 박신양(왼쪽)과 현재 촬영 중인 KBS‘ 강력반’의 송일국.
‘싸인’의 윤지훈(박신양)은 법의학계 일인자 이명한(전광렬)의 부조리한 권력에 대항하고 , ‘강력반’의 박세혁(송일국)도 형사과 과장 정일도(이종혁)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신의 퀴즈’와 ‘별순검’도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ㆍ범죄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미드ㆍ일드와는 다르다.  ‘CSI’ ‘넘버스’ ‘크리미널 마인드’의 인기에서 수사물의 가능성을 발견한 국내 방송사가 이를 인간의 심리와 감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수사물로 한 단계 발전시킨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시청자가 미국ㆍ일본 드라마에 꾸준히 노출되면서 한국형 멜로물과는 다른 특정 장르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다. 인간의 심리묘사에 탁월한 한국 드라마의 강점이 이러한 욕구와 결합해 새로운 장르물을 만들어냈다”면서 “아직은 멜로에 치중하는 과도기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장르물에 대한 시청 습관이 길러지면 더 본격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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