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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그 많은 노동·공부 시간 다 어디로 가나
노동·공부 시간 최장 불구

실질적 파이는 커지지 않아

맹목적 무한경쟁 에너지

창의적 방향으로 발산해야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공부시간도 세계 최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모든 노동시간과 공부시간이 창의적이거나 또는 소위 ‘사회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행위’로 채워지고 있지는 않다. 단지 동료보다 앞서기 위한 맹목적인 경쟁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투여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무한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동료가 얼마나 ‘열심히’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동료도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할지 모르니 똑같이 할 것이고, 상대의 이러한 생각을 아는 나와 동료는 더욱더 앞서려고 몸 안에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다 짜낼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자원배분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대평가는 합격기준이 없다. 단지 ‘앞에서부터 n명’안에 들기만 하면 된다. 상대평가에서는 한 명의 합격, 불합격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변별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처럼 변별력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일상화된 나라도 없을 것이다.

변별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실제 능력과 관계없는 어떤 기술이나 지식을 잣대로 상대평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법시험도 지난 몇 년 동안에 업무관련성이 높은 ‘논점포착형’을 수년 동안 실시하다가 엉뚱한 논점에 대해 현란한 지식을 자랑한 응시생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논점제시형’으로 바꾼 것도 변별력과 관련이 있고, 결론적으로는 업무와 전혀 관련없는 암기력을 잣대로 하는 시험으로 회귀해버렸다.

이러한 행태는 자기추동력을 갖는다. 한 번도 절대평가로 자원배분을 해본 적이 없으니 합격기준이라는 것을 세워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변호사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의 내용이 무엇인지 법학과들도 법무부도 법원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 결국 ‘합격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평가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작년 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논란이 ‘첫해만 정원제, 앞으로는 절대평가’라는 괴상한 형태로 봉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드러난다.

최장시간의 노동시간과 공부시간들이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산된다면 어떨까? 특히 리처드 플로리다는 에서 ‘창의적인 직업’으로 선정한 교수, 변호사, 의사, 기업임원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더욱 가열차게 경쟁하는 것은 그 직업의 특성상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적이고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물론 상업제일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규제해야겠지만 그것은 공정거래법의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무한경쟁 속에서 몸에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다 짜내는 사람들은 이들이 아니라 그 자리로 가려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이다. 도리어 그 자리에 간 사람들 사이에는 강고한 카르텔이 형성되고, 카르텔 밖의 사람들에게는 카르텔 내의 자릿수를 두고 벌이는 가혹한 상대평가가 강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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