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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니지 독재자의 갑작스런 퇴진 그 배경엔…
23년간 튀니지를 쥐고 흔들었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한 달 전 내륙의 한 소도시에서 일어난 청년 노점상의 분신에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그 청년은 튀니지 중부에 있는 소도시 시디 부지드의 거리에서 무허가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26).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청과물 등을 모두 빼앗겨 살아갈 희망을 잃은 상태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부아지지는 시청 당국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자 청사 앞 도로에서 휘발유를 온몸에 붓고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그의 분신 소식은 인구 4만 명의 소도시 시드 부지드에 순식간에 퍼졌고,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 집권 속에 만성적인 실업과 고물가로 시달려왔던 주민들의 억눌린 심정이 폭발한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에 있는 ‘조용한’ 나라 튀니지의 소도시에서 일어난 시위는 올해 1월 4일 부아지지가 병원에서 끝내 사망하면서 주변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튀니지 정부는 무장경찰을 동원해 주민 시위를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벤 알리 대통령은 지난 12일 시위 강경 진압의 책임을 물어 내무장관을 경질하고 수도권 일대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수도 튀니스까지 북상한 시위의 물결을 잠재우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벤 알리 대통령은 13일에는 2014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발표하고 14일에는 내각을 해산한 뒤 6개월 내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며 잇따라 유화책을 내놓았으나 이날 내무부 청사 앞에 모인 성난 시민 5천여 명의 퇴진 요구는 잦아들지 않았다.

벤 알리 대통령은 결국 14일 밤 대통령의 권한을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에게 이양한 뒤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사실상 망명을 떠났다.
1987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개헌 등을 통해 23년간 정권을 유지해온 튀니지의 독재자가 물러난 것이다.

벤 알리의 망명 이후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간누치 총리는 16일 야당 대표들과 만나 연립정부 구성 등을 논의중에 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wnews@herla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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