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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 큰' 중국인들...한인타운 까지 싹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다운타운 콘도를 구입하려던 이모 씨 부부는 탁 트인 전망에 위치도 좋은 매물을 발견하고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씨는 30%가 넘는 다운페이(일종의 계약금)를 내고 사전 융자 승인 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씨는 나중에야 중국인들이 이 콘도의 같은 층 매물 60%를 싹쓸이 한 탓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현찰로 말이다.

UC리버사이드 인근의 개인 주택을 사려던 한모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씨는 중개업자를 통해 22만 달러(약 2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알아봤지만 줄줄이 거절 당했다. 이번에도 중국인들이었다. 중국인들은 한씨보다 1만 달러나 많은 가격을 제시했다. 물론 전액 현찰이었다. 한씨는 “이 외에도 주택 2곳을 중국계 고객이 전액 현찰로 구매했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 대형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가운데 급기야 미국 내 한인타운 등지의 주택시장까지 중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본지 자매지인 ‘미주헤럴드’는 최근 “중국 대형자본이 미국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형자본이 비상업용 부동산까지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LA한인타운을 비롯한 행콕파크, 다운타운 지역에서 개인 주택 및 콘도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윈 부동산의 니콜 김 에이전트는 “대형 상업 매물에만 몰리던 중국 자본이 한인타운을 비롯한 일대의 주택시장에도 진입하고 있다”며 “최근 매매에 실패하는 경우는 대부분 중국계 고객에게 밀린 경우”라고 신문에 밝혔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역시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주택 구매의 22%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된 일명 ‘비거주 투자목적 주택구입자’(absentee buyers)들 대부분도 중국인”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 중 전액 현찰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투자자는 거의 중국계로 보면 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2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전액 현찰로 매물이 오간 경우는 평균 14.2%였지만 중국계 대형 자본 유입이 본격화된 지난해 초부터는 이 비율이 한때 30%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존의 중국 자본이 굵직한 상업용 부동산을 잇따라 매입해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의 ‘선전 뉴 월드 그룹’은 지난 3일 LA의 쉐라톤 유니버설 호텔을 9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6000만 달러에 메리어트 호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홍콩의 투자자가 1800만 달러의 상업용 부동산을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은 지난해 미국내 100만 달러 이상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 중 대부분이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반면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해외시장투자 여건이 좋아진 것이 중국 자본의 부동산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단순 매물 구입뿐 아니라 ‘플리핑’(단 시간에 부동산을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행위) 분야에도 중국 자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플리핑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는 한 한인 투자자를 인용, “얼마 전까지 LA한인타운 내 30만~40만 달러대 매물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큰 이익을 남겼지만 최근엔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힘들어졌다”며 “전액 현찰일뿐 아니라 제시된 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바람에 자본력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kwy21>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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