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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래부터 훑는 동부지검 수사, 서,남,북부지검과 달랐다
단순한 밥집과 건설사 간부 간의 이권 비리인줄 알았던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 의혹이 전현직 경찰 최고위층까지 옥죄며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관행처럼 굳어져버린 현장의 비리를 파헤치며 올라하다 뜻밖의 ‘대어’를 만난 수사는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어 수사 대상의 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11일 새벽 1시까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소환해 브로커 유상봉(65)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조사실로 향한 강 전 청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을 한 차례 더 소환해 조사할지, 현재까지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를 결정할지 고민중이다.

강 전 청장은 유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력 인사 중 첫 소환자이다. 유씨가 돈을 줬다고 주장한 유력 인사들은 전ㆍ현직 경찰 고위 간부에서부터 국회의원, 지자체장, 공기업 임원에 이르기까지 3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져 이제 겨우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유씨의 진술만으로 혐의를 확정할 수 없고, 계좌 추적이나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 장기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강욱 차장검사에서 여환섭 부장검사로 이어지는 동부지검의 특수 수사 스타일이 꼼꼼한 수사라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편에서는 내사 등 준비를 철저히 한 후 수사에 착수하는 스타일 덕분에 수사 장기화가 우려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동부지검이 건설현장 식당 비리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까지 수사를 확대할만한 실마리를 잡은 것도 세세한 준비 후에 바닥부터 훑는 수사 스타일의 결실이다. 동부지검은 최근 개발 예정지에 벌통을 놓고 양봉업자로 등록해 과다 보상을 받는 브로커들을 기소하는 등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에 초점을 맞추는 수사를 해왔다. 

이번 건설현장 식당 비리도 브로커들과 건설사 간부 간의 고질적인 유착관계를 인지하고 지난해 9월 내사에 착수해 1개월여만인 10월에 유씨를 검거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대기업 건설사 간부를 긴급체포 후 구속해 충격파를 던진 동부지검은 유씨의 범행을 하나 하나 옭아맨 끝에 공직자들의 비위 혐의로 수사의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이후 강 전 청장 소환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연이은 동부지검의 결정타는 다른 재경지검의 특수 수사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 더 눈길을 끈다. 한화와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서부지검이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북부지검은 대기업 총수나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으나 최근 주요 인물 소환 이후 사법처리까지 이어지지 못해 수사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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