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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항제 선임기자의 이슈프리즘> 복수노조 시한폭탄 20011-07-01
올해 재계의 핵심현안은 7월1일 시행될 복수노조 도입이라 해도 무방하다. 국내 기업들은 시무식에서 저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미래 수익모델 창출, 동반성장 등을 외쳤지만 복수노조 소프트 랜딩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사내하청 문제(20%)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교섭(18%)보다 복수노조 불안감(45%)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경영자총협회 설문조사가 이를 대변한다. 

복수노조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중이며 우리도 법제화한 지 14년이 지났다. 그동안 노사문화가 성숙됐다며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없지 않으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스위스 IMD가 매긴 우리나라의 지난해 노사관계 세계경쟁력이 전체 57개국 중 56위, 세계경제포럼(WEF)의 노사협력 국가경쟁력지수가 139개국 가운데 138위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밝힌 ’5% 성장, 3% 물가, 무역 9대 강국’ 달성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복수노조 양태부터 복잡다기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벌써 삼성같은 무노조 사업장에 노조 깃발을 꽂겠다며 칼을 간다. 생산직 중심 사업장에 사무직ㆍR&D 노조 등이 생길 수 있고, 직종별 또는 비정규직 노조, 직군 전환 비정규직 노조 신설 등도 예상할 수 있다. 기존 단일 노조라도 계파별, 집행부 선거 및 노선 불복 세력 등에 의한 노조 분화가 가능하다. 노조 간 세 확산 경쟁으로 노조 조직률은 시행 초기 급증할 공산이 크고, 산별노조 전환ㆍ상급단체 변경 요인까지 맞물려 당분간 노사혼란은 불 보듯하다.

이는 곧 생산성 저하와 노사관계 비용 급증 등에 따른 기업 및 국가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임자 급여, 유급 노조활동, 사무실 경비지원 등 노사관리비용과 단체교섭비용, 쟁의행위비용을 더한 직접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노동부는 이같은 노사관계 비용이 과거보다 19.0%(2조8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계한다. 여기에 각종 진정과 고소 고발, 행정소송, 행사재판 등에 따른 실제 비용지출은 가늠하기 힘들다. 극단적으로 한 사업장에 수십 개의 노조가 난립, 서로 노조 사무실과 전임자 파견을 요구하는 ’노조 천하’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노노갈등 예측은 어렵지 않다. 어용노조도 판칠 것이고, 각 노조 간 근로조건ㆍ선명성ㆍ대표권ㆍ세력확대 경쟁과 노조 내부 통제력 약화, 제3ㆍ제4 노조 분화, 조합원 갈등 등의 악순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급단체 등 잦은 외부세력 개입은 2009년 쌍용자동차노조 사례처럼 불법 폭력투쟁을 초래, 노사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조합원의 근로 3권 제한 및 침해, 특정 노조 가입 및 파업참가 강요 등 노조 집행부의 무소불위도 더욱 노골화할 공산이 크다.

균형을 유지했던 노사관계 무게중심이 빠른 속도로 노조 쪽으로 쏠릴 듯하다. 지금까지는 ’사용자 또는 그 이익대표자’의 노조설립 및 가입, 활동을 억제했으나 그 걸림돌이 사라지는 것이다. 노사 양측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중간 간부들이 어용이든 아니든 ’관리직 노조’를 만든 것만으로도 노사 소통 및 균형 기대는 무리다.

개별 조합원이 두 개, 세 개 노조에 복수 가입하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더 막막하다. 조합원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 이에 따른 협약 충돌, 법적 분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는 최대 복병이다. 사측이 모든 노조와 교섭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표 노조를 과반수대표제나 비례대표제로 정할 것인지도 문제일뿐더러 노조 대표 교섭 결과를 상급단체, 노조 성향 및 조직형태, 고용 형태 등이 다른 노조가 그대로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그렇다고 지금 노동계 주장대로 자율교섭이나 노사자율 결정에 맡길 경우 그 비용과 소요시간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노조의 최소설립요건 도입, 구체적인 교섭단체 단일화 방안 등 법적 제도적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조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과 이를 조정할 노동위원회 개편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복수노조 ’파편’은 지난해 타임오프제도 도입 때와는 격이 다르다. 어디까지, 얼마나 오래 튈지 상상초월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yes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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