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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파멸의 시작 (30)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한 군, 미안하지만 인터넷을 뒤져서 유리의 성이라는 술집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내 이것들을 그냥…”

“사모님, 당장 찾아가시려고요? 그냥 이쯤에서 모른 척 접어두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럴 수는 없지. 안 들었다면 모를까… 꿈에서도 치를 떨 일이야.”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혼이지요.”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격일까? 아니면 말 탄 김에 경마 잡히는 격?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적절한 비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군, 울고 싶던 차에 따귀 맞은 격이로군. 한승우가 인터넷을 뒤지는 동안 신희영은 뜬금없이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긴 맨 나중에 찾아낸 비유가 어쩌면 가장 적절한 지도 몰랐다. 그녀는 유민 회장과의 결혼생활에 신물을 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강준호를 만나 회사 경영권을 차지할 욕망을 품게 되었고, 한승우를 만나 젊은 남자와의 열애를 꿈꾸게 되었다. 

어떤 경우이던 간에 남편 유민 회장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와 헤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고? 모든 재산이 유민 회장 앞으로 등재되어 있었으니 그냥 헤어진다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았다.

“소위 황혼이혼을 감행하시려는 건가요?”

“난 그렇게 멋진 표현은 할 줄 몰라요. 남편이 잘못했으니 쫓아내는 것뿐이지.”

“쫓아내요?”

“그래요.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내쫓을 거예요.”

“사모님, 진정하세요. 원래 남자들 세계에선 그런 일이 종종…”

“시끄러워요. 남자들 세계는 뭐 유별난가요? 어림없지…, 내친 김에 오늘부터 유민 제련그룹은 내가 경영할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한 군은 오늘부터 나를 보필해줘야 돼요. 내 오른팔이 되어달라는 부탁예요.”

“사모님, 제발 진정하세요. 그리고…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유리의 성이란 술집도 찾을 수 없어요. 그러니 제발!”

“한 군, 아니 유민 제련그룹의 전략기획실장님!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으면 여기, 이걸 뒤져보세요.”

신희영은 유민 회장의 책상 서랍에서 명함첩을 꺼내어 한승우에게 내밀었다. 대충 넘겨보니 그 명함첩은 수많은 술집과 마담들의 명함으로 채워져 있었다. 한승우는 더 이상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어쩌겠는가. 상대는 자기를 가정교사로 고용한 사람이었지만, 어쩌면 자기를 유민 제련그룹의 전략기획실장으로 고용할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여기 있습니다. 주식회사 유리의 성 명함입니다.”

“주식회사라고요? 참 기가 막혀서.”

돌아보니 그녀는 여전히 전화기를 귀에 붙인 채로 자리에 앉아 있는 중이었다. 전화기를 통한 중계방송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가 도착한 지 무려 20분이 넘었으니… 모르긴 해도 지금쯤 두 사람의 애정행각 진도는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을 터였다.

“남자들은 다 이런가? 한 군도 이래요?”

“사모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지금 두 번째로 하고 있어요. 용을 쓰는군요. 이 작자… 집에서는 어쩌는지 알아요? 피곤하다, 졸립다, 뼈가 아프다… 오만 가지 핑계를 다 대면서… 염병!”

그녀의 눈에서는 어느덧 푸른 독기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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