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 혜택”에 수입 봇물
비싼 일본산 경유를 수입해 쓰고, 남아도는 국내산 경유는 덤핑처리를 한다. 일본 경유를 수입해 들여오는 이들에게는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도 해준다. 정부가 국내 정유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겠다면서 2012년 석유 전자상거래를 도입하자 일어난 일이다. 석유전자상거래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휘발유와 경유를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정유사와 수입사들에게 이렇게 지원된 세금 규모가 총 1031억원에 이르지만, 휘발유와 경유값이 그래서 실제로 인하됐는지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대(對)일본 경유 무역적자 전환=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에 경유를 수출입한 무역수지 흑자액은 2011년 8억7000만달러에 이르렀다가 이듬해 1억7000만달러까지 추락했다. 2012년 7월부터 정부가 관세(3%)와 석유수입부과금(ℓ당 16원) 면제 등 수입장려 혜택을 부과하자 일본 경유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ℓ당 43원 가량의 세금혜택을 받으면 비싼 일본산 경유를 들여와도 국내 경유보다 오히려 저렴해 수입업자들이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 결과 2013년에는 5억6000만달러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부과금 혜택이 절반(ℓ당 8원)으로 줄어든 지난해에도 여전히 5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일본산 경유를 대량 수입해 들여오자 이번엔 국내 경유가 남아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휘발유ㆍ경유 등 경질유 생산비중을 높이는 고도화작업을 추진하면서, 경유의 국내 수요보다 공급량이 많은 전형적인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남아도는 경유가 일본산 경유 수입으로 갈곳을 찾지못하자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등지에 경유를 덤핑가격으로 내다팔기 시작했다.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경유 수출단가는 1t당 898.2원, 수입단가는 955.9원이다. 비싼 일본 경유를 수입하고, 그보다 57.5원 낮은 가격에 남아도는 한국 경유를 내다파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3년간 1031억원 썼지만 효과는 미미=정부가 2012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4대 정유사와 수입사들에게 지원한 세금 규모는 총 1031억원으로 추산된다. 경유 수입업자들에게 898억원, 휘발유 수입사들에게는 109억원의 세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런 세금 헤택이 소비자가격 인하로 연결되는지는 검증이 거의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매일 수십원씩 변동되는데, 그중 세금혜택 효과만 분리해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석유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제도 도입취지와 달라 협의매매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협의매매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장외에서 물량과 가격을 미리 협의한 뒤, 계약 체결 및 결제만 전자상거래를 통하는 거래 방식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 2월 전체거래 중 이런 협의매매 비중은 62.7%에 달한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이덕환 교수는 “지금 정유시장은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기형화시키고 있다. 소비자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수입업자들 배만 불리는 석유전자상거래 제도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