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로세소 알카라(Proceso J. Alcala) 필리핀 농업부 장관과 면담을 하면서 다시 한번 농업 중요성을 실감했다.
양국간 교역증진 등 현안을 논의하면서 우리 농업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과거 1960년대 우리는 필리핀으로부터 많은 농업기술을 배웠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식량자급의 근간이 된 통일벼 품종을 육종하고 시험연구한 나라도 필리핀이다. 3모작이 가능하고 한때 많은 양의 쌀을 수출했던 나라였다.
그러나 필리핀은 지난해 150만여 t의 쌀을 수입했다. 농업 생산기반 투자가 부족했고 농업부문 지원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2009년 필리핀 알베르토 로물로 외교부 장관은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과 지원을 요청했다. 미곡종합처리장 건설 등 투자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번에 방문한 농업부 장관은 필리핀 농산물 수입확대를 요청했다.
도매시장이나 유통 분야의 성공 노하우도 알고 싶어 했다. 과거에는 우리가 필리핀에서 농업기술을 배워왔는데 지금은 필리핀이 우리 농업기술을 배우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필리핀의 주요 교역국으로, 공적개발 원조(ODA)를 통해 필리핀 농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산물 교역뿐만 아니라 타 분야에서도 양국간 교류와 협력이 증진돼야야 한다.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한 ‘바야니한 운동’도 필리핀에 불고 있다. 농촌지역의 마을 단위로 개발목표를 설정하고, 소득수준을 높이자는 운동이다.
필리핀 고위공직자의 열정적인 활동도 인상적이다. 지난 2010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 회의에 참석했던 필리핀 농업부 푸얏 차관을 잊을 수 없다.
회의 일주일 전 남편을 잃었으나, 개인적인 슬픔을 뒤로 한 채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녀에게 참석자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필자에게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하던 푸얏 차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한국보다 훨씬 잘살던 필리핀이 불과 40여년 만에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면서 필리핀 국민에게 사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국제 농업사회에서도 영원한 강자도 없고 영원한 약자도 없다. 공자는 정치의 기본을 ‘식량을 풍족히 하는 것(足食)’이라고 하였고, 중국의 등소평은 집단농장이든 개인농장이든 식량증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량가격 폭등으로 인해 정부가 무너진 아랍의 재스민혁명도 불과 3년전 일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농업강국’이다. “후진국이 공업화로 중진국은 될 수 있지만 농업ㆍ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주장이 새삼 강조된다. 농업이 중심을 잃고 식량부족이 야기되면 주권국가 역할도 행사하기 어렵다. 농업과 식량산업에서 기초를 든든히 다져야 한다.
김재수 aT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