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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 中企는 패닉, 정기상여금ㆍ초과근로수당 비율 높은 임금 구조상 직격탄 맞을 것
변변한 노사합의 없어 추가 임금 무차별 청구 우려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기본 추가비용만 10억이 넘게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야근이나 잔업 수당까지 더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버텨날 수나 있겠습니까? 통상임금은 완전히 태풍의 눈입니다. 지금 당장은 공장이 조용한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경상남도에 위치한 한 산업용 기계제작업체 대표 A 씨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 “공장에 미묘한 긴장감마저 흐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업체는 생산직 직원 150여명에게 기본급의 600%를 정기상여금으로 주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연간 10억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주로 하는 업체의 특성상, 납기를 맞추기 위한 야근수당으로 지급하는 액수도 연간 1억원 이상이 늘어날 전망이다.

A 씨는 “기계산업은 매출규모에 비해 영업이익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인데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그마저도 더 줄어들게 생겼다”며 “위험한 기계를 다루려면 숙련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공장을 이전하거나 할 수도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중소기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임금구조가 대기업에 비해 체계적으로 짜여있지 않을뿐더러,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야근 등 잔업수당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특유의 높은 상여금ㆍ수당 비율 탓에 이번 판결이 ‘치명타’가 된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킬 경우 중소기업은 매년 3조 4246억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초과근로수당만 총 2조 2419억원에 이른다.

또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51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본급 대비 정기상여금 비율이 500%이상인 기업이 55곳(10.7%)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300~500%인 기업과 100~300%인 기업도 각각 125곳(24.4%), 199곳(38.8%)에 달했으며, 100% 미만인 기업은 133곳(25%)에 불과했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 생산기반을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이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소급적용에 대해 달아놓은 단서조건도 중소기업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로 사용자 측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면서도 “통상임금 제외 합의가 아예 없었던 사업장의 경우 당연히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별도의 노조나 노사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에서 무분별한 추가 임금 청구가 일어날 수도 있는 해석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조사통계팀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노사합의나 조율과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경영자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임금 체계가 결정된다”며 “결국 임금에 대한 노사합의 자체가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속수무책으로 추가 임금 청구와 소송비용부담에 시달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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