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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째 소 장사’…한우 유통 새 경로 열어가는 최계경 다하누 회장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농업회사법인 다하누를 이끌고 이는 최계경 회장은 벌써 ‘5대째 소 장사’를 하고 있다. 지난 1885년 5대조부터 시작한 소 장사를 가업으로 이어오다 아버지대에 비육업으로 확대했고, 이를 물려받은 최 회장이 한우 식도락타운과 축산물 전문 유통업체 설립으로까지 이어온 것이다.

다하누의 시작은 최 회장의 어머니부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비육업을 이어오던 최 회장의 어머니는 2004년 다하누 법인을 설립해놓고, 당시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최 회장을 불렀다. 2007년 합류한 최 회장은 고향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을 보고, 지역 주민을 상대로 영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주천면 인구를 다 해봤자 한 4000명 되려나요. 이곳 주민만을 상대로 장사를 할 게 아니라 ‘한우마을’을 하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영월 주민들은 청계천이나 남산 가면서 관광다니면서, 정작 자신들이 사는 곳은 관광지로 만들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제가 한우 관광지를 만들겠다니까 ‘쟤 고등학교 때 공부 못했다’는 둥 ‘서울 물 먹더니 대단한 소리 한다’는 둥 별 말이 다 나오더라고요. 노인회장이니 이장이니 하는 분들 일일이 찾아뵙고 설득했습니다.”

주천면에 있는 정육점과 식당들을 찾아다니면서 “다하누에서 직거래로 고기를 댈 테니,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팔자”는 제안부터 했다. 식당은 정육점에서 고기 사온 손님들을 상대로 상차림비를 받는 식인 것이다. 간판과 메뉴판, 직원 유니폼은 ‘다하누’ 브랜드로 통일했다. 요지부동인 식당 주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재를 다 지원해주고 장사가 안되면 도로 원상복구 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처음 다하누촌 문을 열 때는 식당 7곳, 정육점 2곳으로 시작했어요. 주말마다 사람이 조금씩 몰리더니 개업 보름째 되니까 관광버스를 빌려 온 손님들이 등장하더라고요. 그 때 주민들이 이 동네에 관광온 사람들이 있다는게 신기해서 그 버스를 둘러싸고 구경했을 정도였어요.”

올해를 기준으로 영월 다하누촌은 정육점과 식당이 총 60여곳으로까지 늘어났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한우를 직접 구워먹는다는 콘셉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경기도 김포에도 다하누촌이 생겼다.

최 회장은 2010년에는 ‘고기백화점’, ‘정육계의 하이마트’라는 콘셉트로 AZ쇼핑도 설립했다. 판교와 수지 등에 점포가 있는 AZ쇼핑은 소 돼지 닭고기 뿐만 아니라 꿩고기, 타조알까지 축산물을 총망라해 판매하고 있다. AZ쇼핑을 세운 것은 한우 유통 구조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게 직거래라는 판단 때문이다.

“축산 농가는 가격 걱정없이 소 잘 기르는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들 해요. 소비자들은 저렴하면서도 믿고 먹을 수 있는 고기 찾는게 항상 고민이예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많은 도시 인근에, 유통 거품 제거해서 직거래를 하면 되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최 대표는 산지에서는 한우값이 계속 떨어지고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인 불균형 현상에 대해서 “선호부위 집중 현상 때문”이라고 짚었다.

“10년 전에는 소를 꼬리부터 우족, 도가니, 사골까지 다 먹으려고 잡았는데 지금은 사골 선물하면 ‘이걸 어느 세월에 고와먹느냐’고 안 좋은 소리만 듣습니다. 소비자들이 바쁘니까 등심만 구워먹으려고 해요. 5년전 1만3000원 하던 사골이 지금은 2000~3000원 나옵니다. 뼈 값이 떨어지다보니 잘 나가는 등심, 안심 값에 부산물 값까지 붙이는 겁니다.”

다하누가 최근 곰탕, 떡갈비, 육포 등 가공식품 사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에 맞게 먹기 편하도록 가공한 식품을 선보여, 비선호부위 소비도 활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강원도 가업승계 기업협의회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틈 날 때마다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에게도 가업을 물려줘, ‘6대째 소 장사’를 이어갈 꿈도 꾸고 있다.

“독일은 가족기업이 태반일 정도로 가업 승계가 활발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가업을 이어 받으려고 해도 세금을 많이 물려요. 안정적인 고용이나 지방경제 활성화 등을 따져보면 가업 승계가 하는 역할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 인식이 좀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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