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구석에 핀 곰팡이 [네이버 블로그]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보기만 해도 괴로운 곰팡이, 이제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곰팡이가 슬기 쉬운 고온다습한 날들이 많아져서다.
심지어 곰팡이도 기후변화에 따라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침수, 폭염 피해 등에 집중됐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도 이젠 곰팡이 제거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환경보호국 홈페이지] |
곰팡이는 기후변화를 가늠하는 생태계의 민감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기온이 높을수록 곰팡이 번식이 촉진되고, 여기에 적절한 습도가 더해지면 빠르게 번식한다.
생태계에서 곰팡이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영양소를 회수하는 등 생태계가 유지되게 한다. 또 다양한 생물군에 양분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인간에게는, 특히 실내에서 발생하는 곰팡이는 치명적이다. 실내 곰팡이가 두통과 재채기, 콧물,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환경보호국 기후변화 적응자원센터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심한 기상 조건은 주택과 건물의 실내외 공간 사이의 물리적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습한 조건은 실내 곰팡이 성장에 이상적이고 그에 따른 건강 영향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반지하주택 침수 장면 [연합] |
최근 우리나라 날씨는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갈수록 더워졌고, 비가 많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2019년 연평균 기온 평균값은 13도로, 1981~2010년보다 0.5도 높았다. 특히 2014년 이후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해가 없었다.
33도 이상의 폭염 일수도 2000년대에는 연평균 10회였지만 2010년대엔 15.5회로 대폭 늘어났다. 폭염일수는 1980년대가 9.4회, 1990년대는 10.9회였다.
강수량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기상 관측망이 갖춰졌던 1973년의 연평균 강수량은 1038.9㎜이었다. 점차 강수량이 늘어나더니 2020년엔 1629.9㎜까지 늘었다. 약 50년 새 강수량이 60% 가량 늘어난 셈이다.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라 곰팡이도 더욱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전세계 독성학자들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곰팡이는 인간의 체온까지 버틸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2년 인류를 위협할 곰팡이 19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곰팡이의 존재감은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의 포용적 기후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독거노인 가구 곰팡이 박멸 정책’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단열이나 침수 예방, 실내 온도 저감 위주였던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 곰팡이로 확장된 셈이다. 극한 한파나 집중 호우, 폭염 등 기후재난이 단기간에 집중된다면 곰팡이는 제거하지 않는 한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공모한 이영호 씨는 “주변의 독거노인들과 알고 지내다 보니 집안 곳곳에 핀 곰팡이를 방치하고 지낸다는 걸 알게 됐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주거 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곰팡이 제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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