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을 일제히 늘렸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친환경 기술을 지닌 고부가가치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LG화학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R&D 비용은 560억원으로 지난해(480억원) 같은 기간보다 16.7% 증가했다. 석유화학 관련 첨단소재 사업도 고려하면 R&D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석유화학 R&D 비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0년 1670억원이었던 석유화학 R&D 비용은 2021년 184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전체 R&D 비용(7460억원 → 7330억원, 에너지솔루션 제외)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석유화학 R&D 비용은 상승세를 이어가 2022년(2160억원) 2000억원을 돌파했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R&D 비용을 늘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R&D 비용은 301억원으로 전년(250억원)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 R&D 비용은 17.4% 늘어난 128억원이다.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석유화학 사업을 기준으로 LG화학(-508억원), 롯데케미칼(-262억원)은 올해 1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소비국인 중국이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했음에도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 마진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에틸렌 스프레드(제품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제외)는 t당 197달러로 전년(279달러) 동기 대비 29.4% 줄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석유화학 업체들은 R&D 비용을 늘려 친환경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50%에 달했던 중국 수출 비중은 최근 30%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중국은 저가 제품을 생산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LG화학은 지금까지 ▷바이오 원료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재활용 고부가합성수지(ABS) 소재 등을 개발했다. 현재는 바이오 에탄올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LG화학은 바닥재, 기저귀 등을 만드는 고객사에 100% 바이오 기반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올레핀 기반 스페셜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 공장 생산 및 연구 과정 중 발생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 다양한 공정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은 친환경 에폭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에폭시는 일반 에폭시보다 유기화합물 배출이 적어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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