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고령화로 일반가정의 노인 부양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이탈리아에서 '돌봄 로봇'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가족 문화가 발달한 이탈리아는 고령자를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경우가 많다. 장기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있긴 하지만, 다른 서방 국가보다는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빨리 나이 드는 국가 중 하나다.
인구 6000만명 가운데 약 700만명이 75세 이상 고령자이며고, 이 가운데에서도 절반이 넘는 380만명은 치매나 만성질환 등으로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출산율도 하락세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가고 있다.
결국 가정에서 노인을 돌볼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있어 자연히 노인 돌봄문제 해결이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동안 동유럽 이민자 출신 노동자 등 비교적 저렴한 노동자들이 '입주 도우미' 방식 등으로 일하면서 이런 공백을 메워왔지만, 최근 이들의 임금도 오르면서 주로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런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문제다.
여성이 집에서 노인을 돌보느라 노동시장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 가계 수입도 줄고, 그 영향으로 출산율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로봇이 노인 돌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먼저 노인과 교감하는 로봇이 등장했고, 미국에서도 요양시설에서 로봇이 쓰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돌봄 정책이 가장 발달했다는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카르피에서는 최근 대화형 돌봄 로봇 개발을 위한 시연회가 열렸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시연회 참석자는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로봇은 참석한 노인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노래와 춤을 보여주거나 퀴즈를 내면서 노인들과 시간을 보냈다.
로봇이 노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한 노인은 "쟤한테 보청기 줘야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이끄는 올림피아 피노 파르마대 심리학 교수는 NYT에 "사회성을 가진 로봇이 노인 돌봄을 도와줄 수 있다면 혁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에 참여한 대학생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로봇이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로봇이 말동무는 돼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