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화기준도 성능기반 도입을”
신관섭 한국철강협회 산업지원본부 수요개발실장 |
건물을 지을 때 철근콘크리트(RC) 방식이 주가 되는 우리나라에서 모듈러 공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환경은 물론, 변화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 및 부족한 건설 인력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도 해당 공법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 일률적인 규제로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인 만큼,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국철강협회 본사에서 신관섭 산업지원본부 수요개발실장과 만났다. 한국철강협회는 2019년 7월 모듈러건축위원회를 신설하고 제도 개선부터 기술·교육·홍보 등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모듈러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건설 공법과 비교 했을 때, 어떤 장점을 갖고 있나.
최근 기존의 현장중심,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 건설 산업의 디지털화, 제조업 기반의 탈현장공법(OSC) 활성화를 통한 생산시스템의 선진화를 뜻하는 ‘스마트건설’ 이 건설업계에 주목 받고있다. 모듈러는 이같은 스마트건설 공법 중 하나로 공사기간 단축, 현장작업 최소화 등의 장점으로 건설기능인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등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특히 공사기간이 줄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미세먼지도 줄고, 필요한 소재만 적정량 생산해 쓰면 되기 때문에 낭비되는 자원도 절약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RC공법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어 최근 전 세계적 이슈가 되는 탄소중립, 건설업 분야의 ESG 경영과도 밀접관 관련이 있다. 재개발·재건축 시 우수한 철강자원 재활용, 건설폐기물 감소 등 환경문제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 등도 강점이다.
▷시간 측면에서 실제 얼마나 효율적인가. 시간이 단축된다면 비용 절감도 가능한가.
실제로 공사 현장에 가보면 크레인으로 제작한 모듈러를 쌓기만 하면 된다. 시간을 재보면 대략 15분에 하나씩 쌓고 있다. RC로는 한 층을 만드는데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모듈러는 사실 하루에도 몇 개 층 씩 작업할 수 있다. 시간이 단축되다보니 작업자의 안전성도 제고된다. 특히 겨울철 공사시 시간에 쫓겨 콘크리트 타설 및 양생 등 작업을 서두르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모듈러공법은 공장 사전제작 및 현장 작업 최소화로 이런 위험을 대폭 낮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비용의 경우 아직은 내화기준 및 건식공법에 따른 석고보드 작업, 구조체 공사 등을 충족해야 하기에 일반 주택대비 20%이상 높지만 대단지 아파트 건축 등 발주 및 시장 규모가 커질 수록 대량생산 학습효과를 통해 공사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 모듈러 공법으로 건축되는 주택이 이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과 기술의 현주소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의 강점은 무엇이며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층 빌딩(부르즈 칼리파)을 성공적으로 시공하는 등 충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듈러 또한 품질 및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수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해외는 모듈러주택 시장이 성숙하여 민간주도의 발주가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민간부문시장 형성이 미진해, 공공부문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발주, 실증사업 등 여러 부분에 걸쳐 노력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현행 건축제도다. 우리나라의 현행 건축법 등은 기존의 RC구조기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 모듈러에 적용할 경우 제한이 있다. 앞으로 법이나 제도개선 등을 통한 규제가 완화되고 인센티브 등이 지급된다면 분명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실제로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국정과제 및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으로 모듈러주택이 적극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모듈러 용적률 인센티브 및 높이제한 완화 등 주택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고, 이러한 법 개정이 국내 모듈러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국회에 조속한 법 개정을 바라는 마음이다.
▷모듈러 주택의 고층 설계가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20~30층 이상 고층설계가 가능하나 층수가 높아질수록 엄격한 내화 기준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13층 이상 건물의 경우 주요 구조부에 3시간 내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화재인 RC와 달리 철골구조 기반의 모듈러는 보와 기둥에 내화 뿜칠 또는 방화석고 보드를 덧붙여서 내화 구조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공사 시간과 비용이 추가돼 경제적 측면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에, 공법이나 용도에 따라 내화성능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여 일률적인 규제가 아닌 층고 및 건물 특성에 따른 기준, 스프링 쿨러, 비상계단 배치에 따른 피난동선 등 ‘성능기반 내화기준’을 도입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협회가 추진할 가장 우선순위 과제는 무엇인가?
철강협회에서는 내화 기준 개선을 내년도 중점과제로 선정해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협의체와 공동 연구 및 실험을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코자 한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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