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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적 좋고, 제한 없다”...금융지주 배당성향 30% 상향 ‘저울질’
주주 환원·주가 부양 차원 검토
4대지주 작년 배당성향 25%대
일각에선 “자회사에 부담 부적절”
지주사, 자회사 유동성 지원 총력

금융지주들이 배당성향을 3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조치가 풀린지 오래된데다 실적 개선이 있었던 만큼 주주환원책을 펼쳐야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금융환경 악화로 자회사 유동성이 불거진 상황에서 자회사에게 배당을 짜내 주주환원책을 쓰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성향을 30% 안팎으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연말이 끝나야 정확한 배당성향을 알 수 있겠지만, 지난해보다는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비슷하다”며 “주가 부양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호실적을 기반으로 한 만큼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20년, 2021년 21%, 25%대였다. 2020년 당시만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에 ‘배당성향 20% 제한’이 내려지면서 배당성향이 급격히 낮아졌다. 이후 제한이 풀리면서 2021년 배당성향은 25%대로 다시 올랐다. 여기에 각 금융지주들은 올 초부터 배당성향을 올리겠다는 목표치를 내놓은 상태다. 주주가치를 증대하고 저평가된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 외에 배당성향 상향이 가장 확실한 답이라는 판단이다.

신한지주는 물론이고 KB금융, 하나금융 또한 “가능한 신속히 30% 수준으로 개선하고자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 또한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치로 30%를 내세운 바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국계 주주들이 당국에 배당제한 등을 권고하지 말아달라는 식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들었다”며 “주주환원책을 확대하는건 꾸준히 검토해오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내부 검토한 대로 배당성향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성향 상향을 공언했을 때만해도 금융시장 환경이 현재처럼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상승, 회사채 시장 경색 등이 겹치면서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에 계열사 간 유동성 지원 등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28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금융지주 계열사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를 내년 3월 말까지 10%포인트 완화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단기 자금 시장에 어려움이 있으면 지주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지고 시장 안정을 해주면 정부가 집중할 수 있는 부분과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주사들이 배당성향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각 자회사에게서 배당을 많이 수취해야하는데, 자회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런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일부 지주사 회장들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배당성향 상향이 일종의 인기관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회사에게 받는 배당금을 늘릴 수 밖에 없는데 이게 합리적인 결정인지는 의문이 든다”며 “현재 지주사들의 주가 수준을 봤을 때, 배당성향을 올렸다고 주가 관리에 도움이 됐는지는 따져봐야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당국에서는 일단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28일 모건스탠리 등 금융권 애널리스트들과 진행한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배당성향에 대해 각 금융지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듣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배당성향 등을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대내외 환경이나 금융상황이 최악의 경제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고려해 정하면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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