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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반도체 최근 10년 중 가장 심각
전문가 60% “내년 이후도 위기”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최근 10년 중 가장 심각한 수준에 빠졌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전문가 약 60%는 현재 위기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반도체산업 부진 시기였던 ‘2016년(중국의 메모리시장 진입)’, ‘2019년(미중 무역분쟁)’ 등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43.4%는 ‘현재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유사하다’는 답변은 36.6%, ‘양호하다’는 답변은 20%로 집계됐다. 전문가 40% 이상이 현재를 한국 반도체 10년 중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 10명 중 7명(76.7%)은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은 20%,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현재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58.6%)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외현안으로 급부상한 ‘칩4 논의’ 관련 ‘긍정적’이라는 응답(36.6%)보다 ‘부정적’(46.7%)이라는 답변이 앞섰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R&D·공급망 협력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한편, 미·중 경쟁 심화 및 중국의 반발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에 의뢰한 발표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에서 매출액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반도체 대기업 수는 28개사로, 한국(12개)의 2.3배였다. 지난해 대만의 GDP(국내총생산)는 7895억달러로 한국(1조7985억달러)의 절반 수준이지만 반도체 대기업은 2배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만 정부가 반도체 분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는 풀어주는 정책을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전경련이 반도체 산업의 법인세 부담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19~2021년 평균 26.5%로 대만(14.1%)에 비해 1.9배 부담이 컸다. 삼성전자(27.0%), SK하이닉스(23.1%), LX세미콘(20.1%) 등 한국의 주요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15%를 웃돌았지만 TSMC(10.9%), 미디어텍(13.0%), UMC(6.1%) 등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모두 15% 미만이었다. 특히 대만은 인력, 연구개발, 세제, 리쇼어링 등 전 분야에서 규제를 풀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태일·주소현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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