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Washington Post'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 가능성을 미리 알리지 않은 이유를 털어놨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WP 인터뷰에서 올해 2월 러시아 침공에 앞서 서방이 수차례 경고를 해줬는데도 이를 우크라이나 내부에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의견에 대해 “만약 알렸다면 경제 손실이 컸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지금껏 대체로 잠잠하던 젤렌스키 비판론이 고개를 들었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미 당국자들이 러시아 침공 계획을 알려줬지만 이를 우크라이나 내부와 공유하지 않은 이유로 우크라이나 주민이 공포에 빠져 국외로 이탈한다거나, 경제가 붕괴하는 상황이 우려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만약 우리가 소통했다면,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잃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러시아가 침공 초반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침공 직후 “우리 중 일부는 떠났지만 수많은 이들이 여기 머물면서 보금자리를 지키려 싸웠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이다.
이런 발언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동요가 인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 안전보다 경제를 우위에 뒀다면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반발한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가 충분히 국민에게 전쟁을 준비하도록 했다면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편집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에 “불쾌하다”면서 자신은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며, 매월 70억달러라는 손실 가능성은 러시아 침공에 따른 수많은 희생, 남부 점령지 피해 등과 비교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또다른 언론인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를 읽고 “솔직히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면서 “마리우폴, 부차, 헤르손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나라에 대피가 번졌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마리우폴, 부차 등 지역은 러시아 침공으로 사실상 외부와 고립된 채 민간인 학살을 포함한 참상이 벌어진 곳이다.
한쪽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학 강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인이 언론 보도로 미국의 경고를 접할 충분한 경로가 있었다면서 “미 정보기관 보고서에 대한 기사를 읽고도 스스로 짐을 싸지 않은 사람은 사전 경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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