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업지 급감…업계에선 ”수익성 떨어져”
골목길 도시재생 사업도 주민들이 직접 취소
서울 용산구의 한 청년주택.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전세난에 시달리는 2030을 지원하겠다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추진했던 역세권 청년주택이 다시 취소됐다. 지난 2월 중랑구 중화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이 무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송파구 삼전동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사업 포기 신청 접수에 따라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정비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기대감에 사업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는데, 최근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골목길 재생사업이 취소되는 등 이른바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은 후퇴하는 모양새다.
11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송파구 삼전동 38-27번지 인근에 지정됐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촉진지구를 해제했다. 사업시행자가 직접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시행 포기를 신청한 것으로, 애초 1424.3㎡ 토지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 임대주택 33세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108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지난 1월 촉진지구로 선정된 지 4개월만의 사업 취소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됐던 토지는 다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환원된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로부터 취소 신청이 들어온 사안으로, 역세권 청년주택이 아닌 일반 개발을 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박 전 시장이 청년층의 주거 복지를 위해 추진해온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이다. 지하철역 인근에 19~39세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저렴하게 월세를 공급하겠다는 사업으로, 지금까지 110여개 사업장에 대한 인가가 완료됐다.
그러나 신청이 활발했던 작년에 비해 취소된 사업지가 늘어나는 등 분위기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월에는 92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중화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이 사업자의 취소 신청으로 계획이 취소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애초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수익성이 더 떨어졌다. 규제 완화 기대감 탓에 다른 개발 방식을 선택하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라며 “사전검토 단계에서 포기한 시행사도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지난해 20건이 신청됐는데, 2020년 80 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신규 사업장이 급감하며 주택 공급이 어려워지자 서울시는 올해로 종료 예정이었던 사업을 3년 더 연장해 오는 2025년까지 운영키로 했다.
박 전 시장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 중 하나였던 도시재생사업 역시 폐지 수순을 밟는 상황이다. 최근 기존 사업 선정지의 사업 철회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3일에는 대표적 골목길 도시재생사업지였던 장위동 동방골목길이 사업을 취소했다. 설계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 2년 만에 백지화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영등포본동이 골목길 재생사업을 철회하기도 했다. 모두 주민들이 직접 철회 의사를 밝힌 곳으로, 이들 지역은 현재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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