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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안보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한층 뜨겁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사회적 중대 과제에 걸맞게 다양하고 치열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코로나19 극복 과정의 세계경제 회복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전기 생산가격 상승을 압박하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므로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가 열리는 등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 확충을 위한 현황 점검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주종을 이루는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는 지정학적 요인이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끼치며, 경우에 따라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도 야기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구현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화석연료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태양광 및 풍력발전은 자연에너지만 있으면 어디서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설치 위치를 비롯한 여러 조건에 따라 가격과 생산량 등이 달라지나 이는 기술 개발로 크게 개선 가능하며, 무엇보다 햇빛과 바람이 원료이기에 발전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원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로 전력망이 손실되더라도 가정용 태양광설비만 있으면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조건이 좋은 특정 지역에 집중 설치되는 재생에너지단지의 경우에는 대규모 면적을 요구하는 단점이 유사시에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점이 된다. 이처럼 인위적 원료 공급이 필요 없고 분산자원으로서 유용한 재생에너지기술은 대외 정세나 재난상황 등 극한환경으로부터 독립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 가능하다.

반면 자연에너지로만 동작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라 할지라도 국산화율이 저조하다면 또 다른 의미의 공급 불안요소를 가지게 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경쟁이 첨예한 가운데 재생에너지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보유한 국내 태양광산업만 하더라도 중국의 대량 생산 체계로 인한 저가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가치사슬의 핵심인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분야 초격차기술의 조기 확보가 중요하며, 국내 보급 확대를 통해 내수시장도 꾸준히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믹스의 68% 전력비중을 전망하는 태양광 및 풍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을 통해 기회를 창출할 방법이기도 하다.

예측이 어려운 국제 정세 변화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고 경제적 피해가 이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인 재생에너지는 다행히도 지정학적 요소보다는 기술에 의해서 경쟁력이 결정되는 에너지원이다. 에너지 사용자와의 공감에 기반을 둔 재생에너지 확대와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연이 주는 햇빛과 바람으로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활용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에너지 안보를 생각해야 할 때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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