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차에 방역패스·영업시간제한…“지쳐”
“정말 사람 만나기 어려워진것 느껴져”
전문가 “즉석 만남 신중해야…사전 대화 충분히”
외로움의 시대, 위드코로나에 데이팅앱 등을 이용한 사적 모임을 찾는 노력이 커지고 있다. [123RF]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 ‘빵빵!’ 직장인 이모(29·여) 씨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친구와 마트에 들른 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를 걷다 경적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같은 날 이씨는 이런 경험을 두 차례 넘게 했다고 했다. 그는 “거리를 몇 바퀴 도는지 모를 정도로 순찰차처럼 골목을 돌며 말을 걸더라. 주말마다 이런 분들을 보는데 추운 날에도 어떻게든 사람이랑 놀고 싶어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2. 서울 거주 회사원 윤모(27) 씨는 몇 달 만에 잡은 ‘3대 3 미팅’ 약속이 최근 취소됐다. 윤씨는 취소됐던 미팅에서 연인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주말 출근이 잦아 평일에 미팅을 겨우 잡았는데 상대방이 야근이 잡혀 미루다 결국 포기했다”며 “(오후)9시 이후에는 만날 곳도 없다. 모임 가능 인원도 수시로 바뀌고 영업시간·방역패스(접종증명·음석확인제) 여부까지 따질 게 많으니 약속 잡는 것도 지친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3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사적 모임 인원·영업시간 제한으로 오프라인 만남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들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나 비용을 내고서 만나는 사적 모임을 찾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면 만남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온라인 등에서 관계 맺기도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모임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66.2%가 ‘대면 만남이 점점 그리워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데이팅 앱은 여전히 인기다. 코로나19 전부터 온라인 데이팅 앱을 사용해 온 서혜림(29·여) 씨는 2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주변에 소개를 요청하는 게 싫어 앱을 쓰는 편이었는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유독 ‘심심하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글을 더 보는 거 같다”며 “재미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상대방을 직접 찾아 나서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최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데이팅 앱 ‘틴더’의 경우,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지난해 12월 기준 약 20만 명(안드로이드+iOS)이었다.
데이팅 앱도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변화에 나섰다. 틴더 관계자는 “회원 절반 이상이 만 18~25세의 Z세대인데 이들은 만남과 대화에서 주도권과 결정권을 갖길 원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을 반영해 상대방 프로필을 확인할 때 상대방이 지정한 ‘최애(最愛) 곡’을 자동 재생하거나 백신 접종 여부가 표현되는 기능까지 추가된 상태다.
동네 기반 중고 거래 서비스인 ‘당근마켓’ 등에도 친구나 함께 활동을 할 사람을 찾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를 볼 백신 접종 완료자인 동네 친구를 구한다거나 함께 달리기할 사람을 찾는 식이다.
온라인 등을 통해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심리적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하거나 불법 링크를 보내는 로맨스 스캠(상대와 친해진 뒤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의 위험이 있다.
전문가는 만남을 위한 노력은 장기화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에 심리적인 내상이 더 오래가고 심각할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며 “청년들이 외로움을 넘어 우울감을 스스로 치유하고자 모임을 찾아나서고 비용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즉석 만남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낯선 사람과 갑자기 인간관계를 맺으면 안전뿐 아니라 날 모르는 사람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는 등 부작용 위험이 있다”며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전 통화나 사전 대화 등 예비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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