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 기관 통한 간접투자 선호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7거래일 만에 3000선을 회복한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기관이 본격 등판했다. 지난해 이후 개인의 직접 투자 확대에 힘을 잃었던 기관투자자들이 증시의 급락에 강하게 저점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특히 투신과 연기금의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약해진 개인과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기관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 대신 기관을 통한 간접 투자 자금이 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13일, 14일 각각 8471억원, 5547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1조1416억원, 2352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매도 랠리를 벌이던 연기금은 이날 오전에도 매수에 나서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고, 투신(자산운용사)의 순매수도 눈에 띈다. 투신은 지난 13일(825억원), 14일(899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뒤, 이날 오전에도 200억원이 넘는 순매수 흐름을 나타냈다.
SK증권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커지면서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줄어들었고, 최근 시장 하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에 연기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 국내주식 비중이 20.3%를 기록, 올해 목표비중(19.8%)을 넘어서며 매도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저가 매력이 높아지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라진 기관투자자의 흐름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투신의 변화다. 투신은 지난 8월부터 월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투신은 3502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8월 1822억원어치 순매수하기 시작한 뒤부터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71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올해 6번째로 높은 수준의 순매수 규모를 나타내기도 했다.
코스피가 지난 7월부터 꾸준히 하락하자 자산운용사가 국내 증시의 저가 매수 매력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5배로,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주가 수준이 떨어지면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투신이 국내 주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투신의 순매수세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흐름에서도 엿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555억원이 설정되고 189억원이 해지돼 366억원이 순유입됐다. 올 3분기 기준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1조8897억원이 순유입됐다. 1, 2분기 각각 1조1564억원, 1조3742억원 순유출됐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 심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조정이 길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보다 간접 투자 수단인 펀드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투신과 연기금의 매수와 함께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따른 금융투자업계(증권사)의 연계 현물 매수도 기관 수급에 힘을 더하고 있다. 주식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지난 14일 코스피200선물을 5854억원 어치 순매수하면서 3거래일째 순매수를 기록하자, 이에 따른 금융투자업계의 선물매도에 연계한 현물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자금이 몰렸다. 금융투자는 15일에만 4978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긍정적 시각 변화가 외국인의 선물 매수와 증권사들의 현물 매수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기관의 수급이 바닥을 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계속됐던 연기금의 기계적인 순매도 이슈는 7월 이후로 해소됐고, 연기금은 코스피가 10% 내외 조정을 보일 때 순매수 전환했다는 점에서 수급 우려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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