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쿠사 미노루 슈퍼바이저 전화 인터뷰
“어린 시절 상처, 마음에 남지 않게 하는것 중요”
“사회적으로 비교하고 배제하는 문화 개선해야”
정확한 통계 없는 한국…청년 중 3.4%로 추산
오오쿠사 미노루 K2 인터내셔널 코리아 슈퍼바이저.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대다수의 은둔형 외톨이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커서도 잊지 않고 그것을 원인으로 말합니다. 이것이 은둔 생활을 하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오오쿠사 미노루(大草稔) K2인터내셔널코리아 슈퍼바이저는 26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은둔형 외톨이란 일체의 사회 활동을 거부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
오오쿠사 슈퍼바이저는 “나이가 들어 은둔하게 되거나 우울증을 느끼는 분들 대부분이 그 원인으로 아주 어렸을 때 상처를 꺼낸다”며 “5살 시절 아픔부터 10대 때 겪은 상처를 그분들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 놓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 시절 불안이 조금씩 쌓이면서 어느 정도 임계치를 넘어섰을 때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오쿠사 슈퍼바이저는 사회가 특정인에 대해 ‘은둔형 외톨이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데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한 사람이 은둔 생활을 할 때에는, 그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한 선행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 목표일 수 있을 뿐이다. 은둔 생활 자체를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오쿠사 슈퍼바이저는 자라나면서 부모와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서 문제가 생겨도 부모와 관계가 좋으면, 학교에서 겪은 문제가 심리적으로 잘 해결될 수 있다”며 “만일 가정에 있는 부모가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의 어려움을 들어주지 않으면, 학교에서 고립된 아이가 집에서도 고립되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오오쿠사 슈퍼바이저가 속한 K2인터내셔널그룹은 1988년 일본에서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이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니트(NEET·학업이나 일, 구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인 청년·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활동을 최근까지 해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설립돼 서울 성북구 기숙사(정릉 달팽이집)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을 돕고 있다. 국내 3개 기숙사에서 총 20여 명 정도가 ‘공동생활’을 하고 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서울시와 연계해 온라인으로 이들을 위한 심리상담 등도 진행 중이다. 오오쿠사 슈퍼바이저는 2012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관련 활동을 해 왔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 홍보 사진. [K2인터내셔널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
오오쿠사 슈퍼바이저는 “자기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회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교육에 ‘누군가를 배제하는 문화’가 뿌리깊다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오쿠사 슈퍼바이저는 “한국 학교는 사람을 비교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며 “심지어 창의성이 필요한 미술 교육도 순위를 매기고 서로를 비교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교육할 때 배제하는 문화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100명의 사람이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비교하면 맨 마지막 1~2명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에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은둔 생활에서 자립하는 이들도 꾸준히 생기고 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봉착한 은둔형 외톨이들을 돕는 직원도 있다. 이 직원의 경우 ‘은둔고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나랑 비슷한 은둔 경험을 한 사람이 있구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구나”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은둔고수’ 프로그램이란 과거에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사람이 지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는 사람을 찾아가 그의 문제를 상담하고 멘토링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은둔형 청년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짐작할 뿐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를 보면, 만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112명)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 은둔 청년 규모를 지난해 기준 37만4156명 가량으로 추산했다. 청년의 약 3.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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