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막히고, 신산업 성장 속도 더뎌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정부는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정해놨다. 그러나 산업의 발전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해묵은 규제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서 막 태생하는 신산업의 성장까지 영향을 받을 우려가 나온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면서 신생 IT 스타트업의 사업 성장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 사옥의 모습[연합뉴스] |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이 락인 효과(lock-in·특정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면 계속 이용하는 효과)를 낳으면서 골목상권 침해 우려가 나오자, 규제로 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는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빅테크 뿐 아니라 이제 막 태생하는 스타트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특성상 초기에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구조로 운영하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이후 유료로 전환하거나 광고를 붙여 투자비를 회수하곤 한다. 그러나 규제 기준이 개설돼, 일정 수준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게 되면 수익화를 하기도 전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신설하는 규제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빅테크들보다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에 더 영향을 발휘하게 되면, 결국 시장은 빅테크 우위 구조가 계속될 것이란게 업계의 우려다.
망분리 규제 역시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되지만 정부는 기존 금융사와의 형평성 등을 들며 규제샌드박스 등 일시적인 해법만을 찾고 있다. 망분리 규제는 지난 2011년 금융권의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도입된 것으로, 금융사의 통신회선을 업무용 내부망과 인터넷용 외부망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업계에서는 업무 생산성 저하와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개선을 요구해왔다.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혁신벤처단체협의회와 국민의힘 간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데, 망 분리 규제는 생산성을 크게 악화시킨다”며 “외부고객과 직접 접촉이 없는 개발 단계에서만이라도 망분리를 규제를 합리화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망분리 규제가 더욱 화두가 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려 해도, 핀테크 기업 개발자들은 망분리 때문에 집에서는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들이 망분리 규제를 받아왔는데 핀테크 업계에만 이를 풀어줄 수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체계에서는 차등 규제가 가능한 근거가 없다. 핀테크 업계에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들어온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2011년 사고로 인해 생긴 규제가 2021년 신산업 성장 기회를 묶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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