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대립 격화 탓”…WTO·WHO에서도 비슷한 알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습. [EPA]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가 중국의 방해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WSJ은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보고서에 북한이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서류상 기업), 선박 위장 등의 수법으로 제재를 계속 회피하고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강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보고서에 담긴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등 대북제재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북제재위 전문가들은 중국 영해에서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북한에 연료를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작년부터 중국 항구에 들어오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또 중국은 덴마크의 영화감독 매즈 브루거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내부첩자(the Mole)’에서 나타난 북한의 제재 위반 개연성에 대한 조사를 거부했다.
브루거 감독이 3년에 걸친 함정취재의 결실이라고 밝힌 이 영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무기상들이 만나는 장면이 몰래 촬영된 것으로 나온다.
유엔 중국대표부는 보고서 초안에서 이 영화가 불법적 수단으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되고 신뢰할만한 정보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보고서에서 북한과 중국 대학들의 학술 교류에 관한 질의에 ‘그런 활동은 금지됐다’고 반박한 뒤 대북제재위가 대학에 관련 질문을 보내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대북제재위에서 활동하는 중국 외교부 관리 리샹펑은 보고서에서 대북제재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만 표기를 문제 삼았다.
그는 각주에서 대만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회사 이름을 언급할 때 ‘중국 대만 지구’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중국이 대북제재위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련의 상황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활동에서 마찰을 빚었다.
올해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한 WHO의 2단계 조사 계획을 거부했다.
중국은 우한 실험실을 포함한 WHO 조사가 정치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미국과 중국은 WTO에서 관세 문제로 충돌해왔다.
세계에서 영향력 확대를 놓고 경쟁하는 양국의 갈등이 대북제재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대북제재위의 조정관으로 활동한 휴 그리피스는 중국의 대북제재위 방해가 근시안적이라며 대북 제재와 관련해 “이것은 단지 미국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