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진 몰로코 대표가 헤럴드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몰로코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잘 나가던 구글 개발자, 실리콘 밸리에서 1조원 대박!”
구글을 박차고 나와 실리콘 밸리에서 ‘한인 신화’를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반 광고 솔루션 기업 ‘몰로코MOLOCO’ 창업자 안익진 대표(43)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컴퓨터에 매력을 느껴 ‘개발자 외길 인생’을 걸었던 그는, 돈을 벌지 못 하는 앱 개발사를 위해 몰로코를 만들었다.
몰로코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모바일 광고를 보여주는 ‘애드테크(Ad-tech)’ 기업이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 안익진 대표와 오라클 엔지니어 출신 박세혁 공동창업자가 2013년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다.
몰로코는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이 됐다. 최근 진행한 시리즈C 투자에서는 1억 5000만 달러, 한화 약 17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15억 달러(약 1조 76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IT 업계에서는 드문 ‘흑자’ 스타트업이다. 최근 4년 동안 매년 꾸준히 180%씩 성장,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에 달한다. 순매출액은 연 기준 1100억원 수준이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 [몰로코 제공] |
안 대표는 200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길을 택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박사를 수료했다. 2008년 박사 학위 대신 ‘구글행’을 택했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특별활동을 통해서였다. 안 대표는 “‘개발자의 피’가 흘렀던 것 같다. 2008년 구글에 간 이유도 거기에 가장 ‘이상한’ 사람이 많아보여서”라며 웃었다. 안 대표는 “구글이 지금처럼 ‘탑’은 아니었다”며 “1GB의 저장 용량을 G메일에 제공하는 등 혁신적인 서비스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구글은 2004년 검색 기반 이메일 서비스 G메일을 선보이며 1GB 저장 용량을 제공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핫메일은 2MB, 야후는 4MB를 제공하고 있었다.
안 대표는 구글에서 유튜브의 추천 광고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초창기에는 비욘세의 뮤직 비디오처럼 조회수가 많은 곳에만 광고가 붙어 효율이 떨어졌다. 안 대표는 적은 조회수의 영상에 머신러닝 기술로 적절한 광고를 붙여 수익을 창출했다. 당시 유튜브의 한해 적자는 8000억원이었다.
미국 타임스퀘어 몰로코 옥외 광고 [몰로코 제공] |
유튜브가 흑자로 돌아선 2010년, 안 대표는 자진해서 안드로이드팀에 들어갔다. 웹이 아닌 모바일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 팀원들은 “왜 군소 프로젝트로 가느냐”며 말렸다. 역시나 ‘가시밭길’이었다. 당시 안드로이드팀 내 데이터 엔지니어는 안 대표 혼자였다.
대신 창업 아이디어를 이곳에서 얻었다.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여러 앱에서 각종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앱 개발사는 데이터를 광고와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 대표는 “구글이 다른 회사에 광고 기술을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앱 개발사가 자사 데이터로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해주면 사업이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2013년 몰로코를 창업한 그는 ‘4년’ 동안 기술 개발에만 매진했다. 그 사이 많은 직원들이 떠났다. 안 대표는 몰로코의 사업 모델에 확신이 있었지만, 좋은 제안을 받고 이직하는 직원들이 상당했다. 안 대표는 “말 그대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기술 개발 시기를 서포트해 준 투자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몰로코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일단 기술이 개발되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모여들었다. GS샵, 배달의민족, 위메프,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하이퍼커넥트, 넥슨 등 국내 유수 기업부터 러시아와 베트남의 게임 회사들까지 회원사가 250여곳에 달한다.
몰로코 광고 자동화 솔루션 [몰로코 제공] |
몰로코 광고 자동화 솔루션 [몰로코 제공] |
그는 창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일단 해볼 것’을 추천했다. 학위를 포기하고 선택한 구글행도, 탄탄대로인 유튜브팀에서 안드로이드 팀에서 옮긴 것도, 구글을 나와 몰로코를 세운 것도 “일단 해보자”는 도전 정신의 발현이었다.
안 대표는 “창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줄’ 달린 ‘번지점프’”라고 전했다. 몰로코를 함께 일군 동료의 말이다. 이어 “100명의 투자자를 만나면 1명 정도는 마음이 맞기 마련”이라며 “벤처 캐피털, 스타트업 전문 로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등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일 관련이 아닌 자신만의 작은 성취 목표를 ‘일부러’ 정해두는 것도 추천했다. 안 대표의 ‘소확행’은 자이언트구단 T셔츠 모으기였다.
몰로코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광고를 넘어 머신러닝 기반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 최근 이커머스 기업 대상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커머스 기업이 고객에게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고, 입점한 판매자들 또한 셀프 관리툴을 통해 검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광고 컨설팅 및 제작을 지원하는 ‘몰로코 스튜디오’도 선보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