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 찾은 쉼터서 거부”
“청소년 성소수자 갈 곳 없어 문제”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990년 5월 17일은 세게보건기구(WHO)가 국제 질병 분류에서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던 동성애를 제외한 날이다. 이를 기념해 매년 5월 17일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IDAHOBiT)로 지정됐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아직까지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혐오를 직면하고 있다. 때로는 이 같은 혐오가 가정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모습. [연합]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총 278건의 상담 중 ‘가족과의 갈등 및 가족의 학대’가 있었던 건은 총 117건으로 42%에 이른다. 특히 2019년 전체 400건의 상담자 중 가족 내 갈등과 폭력을 겪은 이들의 약 22%가 자살·자해 문제를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등교가 미뤄지면서 가족과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감시, 외출 제한 등 부모에 의해 사생활이 감시되는 경우도 늘었다.
띵동 활동가 아델(활동명)은 2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어른들이 ‘나중에 크면 남자친구 생길 거야’, ‘어려서 혼란스러워서 그래’처럼 당사자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반응은 이들이 마음 기댈 곳을 잃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성 정체성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폭력적인 ‘전환 치료’를 시도하거나, 기존에 존재하던 폭력의 정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생존을 위해 탈가정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정폭력, 부모와 갈등을 겪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이를 피해 머무를 공간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아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47개의 청소년 쉼터 중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확인된 바가 없다.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된 쉼터에서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다시금 성별을 강요받게 되기도 하고, ‘집을 나온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커밍아웃을 하게 되면 다른 청소년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당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2021년 청소년 사업 안내’에 따르면 청소년 쉼터의 경우 반드시 남성과 여성의 쉼터를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이 점에서 집을 떠난 청소년 성소수자는 쉼터를 선택지 밖으로 여긴다는 것이 활동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아델은 “더욱이 이러한 쉼터는 종교 단체 산하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종교적인 이유로 성소수자 청소년이 입소 거부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통계부터 시작해 기존의 모든 청소년 관련 제도들이 이성애자 청소년만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과 청소년이 가정폭력이나 학대 피해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성 정체성과 관련된 피해가 있다면 주변인이 이들의 경험을 귀 기울여 듣고, 어떤 것도 폭력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기관과 쉼터라는 생활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막고 모두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