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2일 첫 번째 회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최 회장 취임 뒤 꾸려진 첫 업무모임인 데다 향후 상의를 끌고 나갈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주제도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었다.
기대했던 대로 최 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묵직하다. 울림이 작지 않다. 그는 “사회적 문제해결에 기업들이 힘을 쏟자”고 제안했다. 그건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았다. “기업이 아닌 국민과 정부, 국회가 보는 관점에서 사회적 문제를 재정의하고 해법을 고민해보자.”
기존의 관점으로는 해법도 고정된 방식 그대로다. 이윤만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주주제일주의 기업이라면 사회적 역할 수행도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이윤의 일부를 나눠주는 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기업 밖의 여러 주체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한층 새롭고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부회장들은 “대한상의가 의견을 취합하고 추진하는 구체적 실무 역할을 해달라”며 적극 호응했다.
오늘날 사회적 문제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가깝게는 노숙자와 독거노인, 결식 청소년부터 플라스틱, 탄소 등 환경 문제까지 국가행정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미 그건 ‘하면 좋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필수조건’이 됐고 심지어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물론 새로운 접근법은 아직 메시지일 뿐이다. 던져진 주제다. 해법도 모른다. 앞으로 찾아야 한다.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새로운 일이니 쉽지도 않다. 게다가 생각을 바꾸는 과정에서 오는 혼란도 불가피하다. 부회장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과정에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상의 집행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도 이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법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찾아야 한다.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몰고 올 잠재력을 지닌 일이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소통이다. 소통은 공감의 전제다. 공감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볼 수가 없다. 해법이 나올 리도 만무하다.
최태원 회장은 일찌감치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천착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2014년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까지 냈다. 최 회장이 상의를 통해 내놓을 실행 방안들이 기대된다. 꼭 대성공, 히트작이 아니어도 괜찮다. 고민과 시도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