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배기 딸에게 감동의 선물
3번째 우승 퀘일 할로 ‘약속의 땅’
“팬 응원이 최고 에너지 끌어냈다”
우승 후 아내 에리카가 안고 있는 딸 포피의 머리에 입을 맞추는 로리 매킬로이 [게티이미지] |
퀘일 할로의 18번홀 그린 주변이 갤러리들로 빼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구름 관중은 너무나 낯선 장면이었고, 이보다 더 낯선 건 그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름이었다. “로리, 로리!” 챔피언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린 퀘일 할로의 사나이는 눈물을 글썽인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18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매킬로이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 아브라암 안세르(멕시코)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9년 11월 중국 상하이서 열린 HSBC 챔피언스 제패 이후 1년6개월 만에 들어올린 투어 통산 19번째 우승컵이다. 이번 우승으로 매킬로이는 오는 21일 개막하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 PGA챔피언십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퀘일 할로는 역시 ‘약속의 땅’이었다. 2010년 이곳에서 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에 이어 올해 대회서 3번째 정상에 올랐다. 퀘일 할로 골프클럽 회원이기도 한 매킬로이는 코스레코드(61타)도 갖고 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PGA투어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후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비거리를 늘리려고 무리하다 스윙이 망가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계랭킹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15위까지 떨어졌다. 웰스파고 챔피언십 이전에 올해 치른 7차례 대회에서 톱10은 한 번뿐이었다. 특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마스터스 등 중요한 대회에서 모두 컷탈락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후 “상하이 우승 이후 너무 오래 걸렸다. 결코 쉽지 않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마더스 데이(어머니의 날)에,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에서 우승하게 돼 정말 멋지고 기쁘다”고 했다. 아버지가 된 후 처음 우승한 매킬로이는 아내 에리카의 품에 있는 한살배기 딸 포피의 머리에 입맞춤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매킬로이는 또 필드에 가득찬 관중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회에 오기 전, 갤러리 없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할 거라고 예상했다”며 “팬들의 응원 속에서 곧바로 깨달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내 안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끌어내 베스트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다른 어느 장소가 아니라 바로 이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이라며 자신을 깨워준 팬들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대회는 전체의 30%만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키스 미첼(미국)에 2타 뒤진 채 최종일을 맞은 매킬로이는 3번홀(파4), 7번홀(파5) 버디로 역전 우승에 시동을 걸었다. 선두 경쟁을 벌이던 매킬로이는 14번홀(파4)과 15번홀(파5)서 잇따라 기막힌 벙커샷으로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14번홀서는 그린 옆 벙커에서 1.6m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고 15번홀 역시 두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로 보냈지만 멋진 벙커샷으로 90㎝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2타차 선두로 나선 18번 홀(파4)에선 티샷이 왼쪽 워터 해저드 쪽으로 날아가 위기를 맞았다. 매킬로이는 캐디와 상의한 뒤 벌타를 받고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보기를 작성, 1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2라운드를 마치고 컷 탈락한 줄 알고 댈러스 집으로 돌아갔다가 1600㎞가 넘는 왕복 6시간 거리를 날아와 간신히 3라운드 티오프 시간을 맞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4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로 선전했다.
이경훈이 5오버파 289타 공동 58위에 그쳤고 최경주는 4타를 잃어 공동 70위(8오버파 292타)로 대회를 마쳤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