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IT업계 연봉 경쟁…결국 부메랑되나?”
올 초 이어진 IT(정보기술)업계의 연봉 등 보상 강화 경쟁이 결과적으로는 실적 약화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보상 경쟁이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인건비 지출 등 영업비용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부터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 등으로 주식 보상을 제공해온 네이버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 성장세가 꺾인 건 지난 2019년 4분기 후 5분기 만이다. 회사 측은 주식보상비용 등 인건비 증가를 주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보상 경쟁으로 인한 여파가 당장은 아닐지라도 향후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T업계의 보상 강화 바람은 올 초 대형 게임사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넥슨이 전 직원에게 연봉 800만원을 일괄 인상한 것이 계기였다.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 |
이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개발직군 2000만원, 비개발직군 1500만원 상향’이라는 파격적인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대졸 초임 연봉이 각각 6000만원,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게임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엔씨소프트도 2021년 보상정책을 발표하며 신입사원 시작 연봉을 비포괄임금제 기준 개발직군 5500만원, 비개발직군 4700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기존 모든 직원의 정규 연봉도 최대 1300만원(개발직군) 더 올렸다.
게임업계발 연봉인상 경쟁에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불리는 IT업계 선두주자들도 보상 강화 요구에 부딪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성과급 논란이 불거졌다.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는데도 성과급이 이전과 동일하다며 네이버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갈등이 번질까 다른 기업도 추가 보상안을 마련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직원에게 성과급과 별개로 455만원 상당의 자사주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처럼 쉴 새 없이 이어졌던 보상 강화 경쟁은 결국 실적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2021년 1분기 실적 [네이버 제공] |
네이버는 지난 29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늘어난 1조499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 줄어든 2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 보상비용 등 인건비 증가가 원인 중 하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분기 영업비용은 1조2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나 급증했다. 주식 보상비용은 총 709억원이었으며, 개발·운영비용은 3740억원을 기록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9년과 2020년에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평가액이 주가상승으로 불어났다”며 “올해 2월에 부여한 스톡옵션비용은 50억~60억 정도다. 7월에 부여 예정인 전 직원 스톡그랜트비용은 현재 시점에서 16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책임투자자(GIO)는 IT업계의 ‘보상 경쟁’에 우려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GIO는 지난 3월 네이버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에서 “보상 경쟁이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도 “회사마다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그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2019년부터 해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올해부터는 3년간 해마다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스톡그랜트’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스톡옵션과 달리, 의무 보유 기간 없이 곧바로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이외에도 네이버 주식 매입 시 매입액의 10%(연간 2000만원 한도)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리워드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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