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공수처장의 부적절한 피의자 면담, 의심되는 중립 의지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국회 법사위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을 수사하려 하자 이를 막은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수사기관 책임자가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를 만난 셈이다. 누가 봐도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다. 피의자의 변호사가 면담을 요청해 응한 것이라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의 만남이 알려지면서 검찰과 이른바 ‘공소권 없는 수사’ 마찰을 빚고 있는 공수처의 저의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애초 지난 1월 이 지검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되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피의자가 된 이 지검장은 검찰 조사에는 계속 응하지 않고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공수처는 수사를 담당할 인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검찰로 되넘겼다. 그러면서 검찰은 수사만 하고 공소권은 공수처가 유지한다고 해 검찰이 ‘해괴한 논리’라며 거세게 반발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수상쩍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간 게 지난 3일이고 검찰로 재이첩된 건 12일이다. 이들이 만난 건 7일이니, 사건이 공수처 관할에 있을 때다. ‘기소권 없는 수사’의 조건부 재이첩 논의가 이 과정에서 은밀하게 오간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이다.

김 처장의 부적절해 보이는 처신이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공수처의 중립 의지 훼손이다. 이 지검장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이다. 현 정부 관련 비위 수사를 노골적으로 막고 있다는 비판도 받을 정도로 친정부적이라 그럴 공산도 크다. 그러니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를 공수처가 가지겠다는 주장은 자칫 정권을 비호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공수처는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판·검사, 권력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이 수사의 대상이다. 한 마디로 살아 있는 권력들이다. 권력의 외압에 김 처장이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공수처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김 처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누구보다 김 처장이 국민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해왔다. 그 실천 여부가 새로운 형사제도 착근을 좌우할 것이다. 거듭 김 처장의 신중한 처신을 요구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