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물가 대비 실질금리 낮아
국채매입 늘리면 물가만 자극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2월 이후 1년만에 처음으로 1.5%를 돌파하기도 했다. 3%대였던 2018년이나 5%를 넘었었던 2007년 과거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올 들어 무서운 속도의 상승세는 국채 시장 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면 증시엔 나쁠게 없지만, 수익률 측면에선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떨어뜨려 부정적일 수 있다. 10년물 금리는 어느새 S&P 500 지수의 배당수익률(1.48%)을 넘어섰다.
또 채권의 이자율이 높아진단 건 그만큼 미래 돈에 대한 할인율이 올라가는 것이므로 성장주 등 리스크를 안고 향후 기대에 기반해 투자하는 주식의 메리트가 떨어지게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리 상승은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을 불러올 수 있단 면에서도 증시에 불안감을 주게 된다.
현재의 미 금리 상승은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공급량 확대가 반영된 것이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당부분 주도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높아진다면 금리를 올려야 수요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 채권 시장이 ‘가짜 인플레이션’에 휘둘리고 있단 경고도 나온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채권 매니저 중 하나이자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댄 이바신은 2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잘못된 우려가 채권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속임수(inflation head fake)’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월 800억달러 수준의 국채 매입 규모를 더 늘리거나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펼쳐 주기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당장 연준이 이같은 기대에 부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10년물 금리 상승에 대해 ‘적절하다(appropriate)’고 평가했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역시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댄 이바신은도 향후 연준이 나선다면 채권 매입보단 강력한 구두개입의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채권 매입이나 YCC 등으로 명목금리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경우 실질금리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 심리가 더 자극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연준이 명목금리 상승 용인으로 실질금리를 올려가면서 기대 물가를 관리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명목금리 제어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은 기대물가를 더 자극하게 된다”며 “연준이 기대물가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기대물가 상승폭보다 명목금리를 더 많이 올려 실질금리의 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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