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한국에서 지방 흡입 수술을 받던 홍콩 재벌 3세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주치의와 상담실장 등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월 사망한 홍콩인 보니 에비타 로의 주치의인 40대 정형외과 전문의 A씨를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 의료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해당 병원의 40대 상담실장 B 씨를 의료해외진출법 위반, 사서명위조 등 혐의로 지난 21일 모두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수술 전 로씨가 지방 흡입 수술을 받을 만한 몸 상태인지를 점검해야 하는 검사와 수술 중 환자의 모니터링을 소홀히 했고, 프로포폴의 입고량, 사용량, 폐기량 등을 기록하지 않는 등 혐의와,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 없이 외국인 피해자를 병원에 유치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수술동의서에 피해자가 서명한 것처럼 서명을 위조·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 2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피해자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에서 사건을 넘겼다. 경찰은 병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폐쇄회로(CC)TV, 진료기록부, 마약류 관리대장 등을 확보해 사건 관계인의 금융계좌 분석과 관련 의료지침 확인, 유관기관의 자문과 의료기기 등 검사와 전문 감정기관의 감정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의 지방흡입 수술 과정에서 A씨의 업무상 과실이 있음이 확인됐고, 외국인 환자 유치수술 동의 과정, 프로포폴 관리 등에 위법사항이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병원의 불법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형식적인 수술 동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수술 전 검사·수술 중 환자 모니터링의 중요성, 프로포폴은 전문가에 의해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정하게 사용되고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는 점 등을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불법적인 해외 환자 유치 등 관련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강화하고, 프로포폴 등 마취제의 적정한 사용 및 해외환자 유치와 관련된 기관(보건복지부 등), 학회 등과 협업해 유사 사례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망한 로씨는 의류 브랜드 ‘보씨니’의 창업자인 홍콩의 의류 재벌 로팅퐁(羅定邦)의 손녀로, 10년 전 남편과 결혼해 7살 아들을 뒀다. 그의 언니 퀴니 로는 2015년 홍콩을 떠들썩하게 한 납치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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