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기 이후 2년만에 역대 최대
매출 66조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근접
모바일·가전 완제품 날고 반도체도 화웨이 특수로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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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모바일과 가전의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가 살아나고 반도체도 화웨이 특수로 기대 이상 선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6.45%, 58.1%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는 것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면서 그 해 3분기에 기록한 17조5700억원에 이어 2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이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10조2000억원도 크게 상회했다.
매출은 분기 실적으로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종전 분기 최고치는 2017년 4분기 65조9800억원이었다. 이달 말 발표되는 확정 실적에서 다소 낮아질 가능성은 있으나 만약 66조원이 그대로 유지되면 사상 최대 실적이 된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8.6%로 1분기(11.6%)와 2분기(15.4%)보다 개선됐다.
호실적의 주역으로는 갤럭시 노트20 등 스마트폰 주력제품 출시와 TV·가전 부문의 펜트업 수요가 폭발하고, 우려했던 반도체 부문도 기대 이상 선전한 것이 꼽힌다.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2 등 스마트폰 전략 모델의 글로벌 판매 호조로 모바일 부문에서 4조원 후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비대면 판매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지불하는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 것도 수익 증가에 기여했다. IM부문의 매출액도 2분기보다 50% 이상 증가해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TV와 가전 판매도 호조를 보이면서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CE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경우 2016년 2분기(1조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실적이 된다.
반도체는 당초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분기(5조4300억원)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서버업체들의 재고 증가로 서버용 D램 가격은 하락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로 PC 수요가 견조했고,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판매가 늘면서 모바일 반도체와 그래픽 D램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특히 3분기 미국 제재를 앞둔 중국의 화웨이가 반도체 선매수에 나서면서 서버 수요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굵직한 신규 수주가 늘어난 것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다만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3분기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외부 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스마트폰 주력제품이 3분이 많이 출시됐고 4분기 화웨이 특수도 사라져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에 따른 실적 하방압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