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단체가 다음달 3일 개천절에 이어 9일 한글날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했다. 야외라고 하지만 모두 몇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다. 진보단체도 일부 있지만 스스로 보수단체라 주장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개천절 집회는 경찰이 금지통고를 내린 상태고, 실제로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강행할지 아직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일주일에 두 번이나 개최하겠다는 보수단체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해는커녕 대다수 국민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민은 제대로 된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비탄에 빠져 있다. 국민이 이처럼 충격을 받고 있는데는 지난달 보수단체의 8·15 대규모 집회가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방역당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한 8·15집회로 관련 확진자는 500명이 넘었다.
개천절은 이동이 많은 추석연휴와 겹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걱정스럽다. 5월이나 8월연휴 때처럼 재확산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 일주일 뒤 한글날 곧바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니, 이들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일 0시 기준 8일째 100명대를 유지하면서 정부는 국민의 고통을 감안해 이번 주말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 경우 또다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하고 경제쇼크는 물론 국민도 또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한다.
집회를 열겠다는 단체들은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운운하지만 지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 평상시가 아닌 국민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비상국면이다.
집회를 열겠다는 단체들은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 그래도 강행하면 정부는 공언한 대로 공권력을 행사해서 집회를 원천봉쇄해야 한다. 일부 단체는 법원에 효력 집행정지 신청으로 맞설 수 있다. 법원은 지난번 8·15집회 당시 집행정지 결정으로 집회를 사실상 허가해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상황이 발생한다면 법원은 국민생명을 우선시해 현명한 결정을 해야만 할 것이다. 보수정치권도 어정쩡한 행태를 보이지 말고 이번 기회에 이들 단체와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지금은 어떤 명분이 있다 해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서는 안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