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부가 사실혼 부부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 청약 1순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가운데 사실혼 관계에서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를 의미한다. 법적 부부는 아니지만, 당사자 간 혼인 의사가 있고, 사회통념 상 부부 공동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사실혼 관계로서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유책 사유로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배우자 및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또한 사실혼이 유지된 동안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은 부부 공동소유로 추정해 법률혼 부부와 마찬가지로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하다.
사실혼 부부 사이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혼인 외 출생자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생부가 친자임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가 끝날 때 서로 합의를 통해 자녀의 친권, 양육자, 양육사항을 정한다.
만약 생부가 자녀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자녀로 인정하지 않을 때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유전자검사 등을 증거로 인지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생부와 법률상 친자 관계가 형성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돼 양육권이나 양육비, 상속권 등을 청구 및 행사할 수 있다.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어떨까.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등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보상금이나 유족 연금승계 신청 등을 통한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물론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사는 모든 부부가 사실혼에 따른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명희 법무법인 좋은 사람 대표 변호사는 ”단순 동거이거나 이미 혼인신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재산분할, 유족연금 등을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좋은사람 김명희 변호사는 “동거를 사실혼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관련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동거 사실보다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함에 있어 혼인의 의사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혼식을 했다면 청첩장이나 결혼사진, 주변인들의 증언, 가족행사참여, 동일한 주소등록, 동거 기간, 경제적인 부담 등이 입증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공무원인 남편이 사망한 뒤 사실혼 관계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이 같은 증거를 제출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 재판부는 사실혼 아내가 남편 어머니의 간호를 돕고 사후 장례절차를 남편과 함께 진행한 점 등을 근거로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다고 판단, 유족으로서 연금 수급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소송 진행 시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에 따라 주장할 사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힘으로 진행하기보다 전문변호사의 법률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변호사는 “사실혼은 혼인 지속기간이 법률혼에 비해 짧은 경우가 많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의 기여도를 증명하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위자료청구 시 상대의 귀책사유에 따라 청구액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변호사를 선임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rea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