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약 480g…한 손으로 들기 편해
전원 유선연결 제품…이동성은 아쉬워
‘구글홈’ 앱 화면전송…휴대폰 재생 구현
포토앱 연동 ‘디지털 액자’ 기능도 유용
오늘날씨·뉴스브리핑·대중교통경로 ‘척척’
네이버 탁상시계형 ‘클로바 클락+’ 선봬
카카오도 후속작 ‘미니 헥사’ 연내 출시
KT·SKT 국내 업체와 각축전 양상
구글 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최초로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다. 디스플레이 후면에 스피커가 장착된 모습이다. [사진=김민지 기자/jakmeen@] |
“이것은 AI 스피커인가, 태블릿PC인가.”
구글이 2년 만에 AI 스피커 신제품을 내놨다. 최초로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네스트 허브’다. 지난달 30일 국내 시장에 11만5000원이란 가격에 출시됐다. 코로나19 여파로 AI 스피커 수요가 늘어난 틈을 타, 구글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블루투스 스피커 형태의 제품들이 즐비한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 ‘디스플레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운 ‘네스트 허브’를 약 3일간 사용해봤다.
▶AI 스피커?…오히려 ‘태블릿 PC’와 비슷=우선, 기자는 AI 스피커를 써본 적이 없는 ‘생초보’다. 집안에 있는 스마트 기기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뿐이다. 심지어 TV도 없다. 그런 기자에게 디스플레이가 달린 ‘네스트 허브’는 태블릿PC의 대체제로서 큰 역할을 했다.
‘네스트 허브’의 첫 인상은 AI 스피커라기 보단 작은 태블릿PC에 가까웠다. 디스플레이 후면에 스피커가 장착돼 있었다. 무게는 약 480g으로 갤럭시탭S6 라이트보다 약 15g 가량 무거웠으나, 한손으로 들기에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유선으로 전원이 연결돼야만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최대 장점은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우선, 음성 명령만으로 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고품질의 음질로 재생할 수 있었다. “헤이 구글(호출 명령어), 유튜브에서 ‘무한도전’ 영상 틀어줘”라고 말하니 자동으로 관련 영상이 연속 재생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튜브 앱에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보다 광고가 적다는 점이었다. 일부 영상의 경우, 중간에 삽입된 광고가 네스트 허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약 3일의 체험기간 동안 갖고 있던 태블릿PC를 잠시 잊었던 걸 감안하면, 네스트 허브의 경쟁 제품은 AI 스피커가 아닌 태블릿PC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식 지원은 아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청도 가능했다. 스마트폰의 ‘구글 홈’ 앱에서 화면 전송 기능을 선택하면 휴대폰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그대로 네스트 허브에서 구현할 수 있다. 구글은 곧 국내 OTT 서비스 ‘웨이브(Wavve)’와 정식 협약을 맺어 다양한 웨이브 콘텐츠를 ‘네스트 허브’에서 바로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화면이 다소 작은 점은 아쉬웠다. 스마트폰보다는 크지만, 9~10인치에 달하는 태블릿PC보다는 작아서 오랜 영상 시청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향후 좀 더 큰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면 이 같은 단점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사진만 골라”…인테리어로도 안성맞춤=구글 포토와의 연동을 통한 ‘디지털 액자’ 기능도 유용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포토 앱에 들어가 원하는 사진을 골라 앨범을 생성했다. 다양한 사진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니 집 안이 훨씬 밝아진 느낌이었다. 구글 포토에 있는 사진 불러오기도 가능했다.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보여줘”라고 하니 화면에 해당 사진들이 연속으로 나타났다.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헤이 구글, 배고파”라고 하면 “어시스턴트가 취사를 시작합니다”라며 밥솥의 취사 소리를 냈다.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엔 랜덤 메뉴도 골라줬다.
바쁜 출근시간에도 도움이 됐다. “헤이 구글,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하자 오늘 날씨와 온도, 지난 밤에 올라온 최신 뉴스를 브리핑해줬다. 이어 회사까지의 대중교통 경로를 물으니 최적의 경로와 함께 회사까지의 예상 소요 시간이 표시됐다. 구글 어시스턴트에 있는 ‘루틴’ 기능 설정으로 특정시간에 반복되는 일을 간단한 명령어 하나로 간소화해 처리할 수도 있었다.
LG유플러스의 통신 상품과 결합되면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진다. ‘U+스마트홈 구글 패키지’를 이용하면 네스트 허브와 스마트 조명, 멀티탭, AI 리모컨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집 안을 물론 밖에서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스마트 가전제품과 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보안모드 설정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 모바일, 인터넷과 결합할 경우 월 7700원에 기기 대여를 할 수 있다.
▶치열해지는 AI 스피커 시장…‘제2라운드 대격돌’=‘네스트 허브’ 등장으로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블루투스 스피커 형태의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또 다른 AI 스피커가 나타나 차별화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AI 스피커 시장은 사실상 ‘제2차 대전’이다. 구글에 이어 카카오도 연내 자사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의 후속작 ‘미니 헥사(mini hexa)’를 출시한다. 네이버도 이달 1일 탁상시계형 스마트 스피커 ‘클로바 클락+’를 출시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AI 스피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까닭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실용성이 없게 느껴지던 기능도 언택트 트렌드가 확산되며 부각되고 있다.
현재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KT·SK텔레콤·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업체의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가 39%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SKT 2위(26%), 네이버 3위(16%), 카카오 4위(12%) 순이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