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국제 과학저널에 실린 중국 학자들의 연구 논문 100여편에서 똑같은 사진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중국이 ‘논문 공장’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중국 학계를 두고 연구 진실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50여개 중국 도시 소재 병원 또는 의학대학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각각 펴낸 121편의 논문에서 최소 1개의 사진을 전부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을 밝혀낸 미국의 미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빅은 “다수 논문은 같은 회사, 즉 ‘논문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들은 각기 다른 저자가 펴냈고 최대 4년의 시차가 나는 데다 다른 연구 주제들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똑같은 세포군체 스냅사진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일부는 다른 사진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미지를 잘라내거나 회전했다고 WSJ은 전했다. 도표에 대한 설명 문구 역시 여러 논문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이들 논문은 과학계 동료심사 절차를 통과해 6개 국제 과학저널에 실렸다. 모두 121편 중 113편이 ‘유럽 의·약학리뷰(ERMPS)’에 게재됐다.
이 중 한 논문은 2017년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50회 이상 인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있는 논문이 이후 진행된 다른 과학 연구들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다.
빅 박사는 “논문 공장에서 만들어진 논문은 과학 작업의 완결성을 오염시킨다”며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WSJ은 중국의 의사와 연구자들이 경력을 쌓거나 포상금 때문에 저널에 실리는 논문을 실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 배경으로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윈난성의 한 의대는 저명 저널에 논문을 실으면 최대 4만2000달러(약 5308만원)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논문 게재와 인용 건수는 중국 대학에서 중요한 교수 평가 기준이기도 하다.
이런 중국의 인센티브 시스템 탓에 논문 공장들이 활개 칠 수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학자들이 논문 공장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에서는 ‘연구 논문 아웃소싱’ 서비스 업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런 서비스 가격이 4200∼2만8000달러(약 504만∼3359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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