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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이 거의 10년만에 이루려던 ‘민간 우주 시대 개막’이 결정의 순간을 17분 남기고 무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격리된 일상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줄 대형 이벤트가 궃은 날씨 탓에 순연됐다. 우주 공간을 정치력 극대화의 소재로 삼아 공을 들였던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도 아쉬움을 삼켰다.
27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발사하려고 했지만 기상 악화로 연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발사 예정시간 17분도 남기지 않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로켓에 대한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국립기상청은 케네디 우주센터 주변 지역에 토네이도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날 유인 우주선 발사는 민간 우주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머스크 최고경영자가(CEO) 만든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을 태워 우주로 나아가는 것이어서다.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끝낸 이후 자국 땅에선 우주선 발사를 중단하다 이날 9년만에 시도해 의미가 남달랐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에 자국 우주비행사를 태워 우주로 쏘아올렸다.
상징성이 큰 이벤트였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참관하려 했다. 그는 발사 예정시간인 이날 오후 4시33분을 1시간 이상 남기고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공항에 내렸다. 우주선을 둘러보며 “훌륭하다”, “아름답다”고 한 그는 “오늘은 우리나라를 위해 매우 흥미진진한 날”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발사가 30일로 전격 연기돼 에어포스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열심히 일하고 리더십을 보여준 나사와 스페이스X에 고맙다”며 “토요일(30일) 여러분과 함께 돌아오길 고대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주를 미국의 자존심 재건의 기회로 활용했다. 1993년 해체된 국가우주위원회를 2017년 부활시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달 재탐사 목표 시점을 기존보다 4년 앞당긴 2024년으로 정했다. 작년 8월엔 공군 산하에 우주사령부를 설치했다. 같은 해 12월엔 우주군을 창설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어 6번째 군대를 만든 것이다. 러시아·중국과 우주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목적이 있는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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