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개포주공1단지 새 단지명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확정
1980년대 평균 3.5자→2010년 이후 8자
‘복잡하다’ vs ‘고급스럽다’ 평가 갈려
“시골에서 상경한 어머님이 아들 집 못 찾게 만드는 그런 이름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이네요. 브랜드 차별화가 기대됩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이 새로운 단지명으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확정한 후, 부동산 관련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반응은 엇갈렸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지나치게 외국어가 많고 너무 길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동 일대는 지난 2019년 이후 기존 재건축 아파트가 속속 준공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 중 한 곳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하지만 주요 단지들이 대부분 8글자 이상의 외국어 이름을 선택하고 있어, 처음 찾는 외부인들에게 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 해 작년 준공한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는 삼성물산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에 축복의 의미를 담은 ‘블레스’가 더해졌다. 여기에 강남 고급 단지에 주로 포함했던 ‘~스티지’부분까지 추가되면서 총 10글자의 단지명이 탄생했다. 개포시영과 개포주공4단지에 각각 들어서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와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단지명 역시 10글자에 달한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컨소시엄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i-Park)’를 차례로 넣고, 중간에는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로 선정된 ‘퍼스티어(firstier)’가 추가됐다. ‘퍼스티어’는 ‘퍼스트(first)’와 ‘단계(tier)’를 합성해 만들어졌다. 지역명인 ‘개포’도 넣으려 했지만 단지명이 너무 길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공식 명칭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 역시 최근 투표를 통해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라는 새로운 단지명을 선정했다.
국내에서 아파트 단지명이 길어진 것은 지난 1998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품질이 중요해지고 건설사 간 브랜드 경쟁이 시작되면서 ‘삼성래미안’, ‘대림e편한세상’, ‘GS자이’, ‘대우푸르지오’ 등이 생겨났다. 그 이전까지는 지역이나 동네별로 이름을 붙이거나 별다른 브랜드 없이 건설회사명을 넣는 것이 전부였다.
부동산114가 준공시기별로 아파트 단지명의 평균 글자수를 조사한 결과 197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 이름은 평균 3자에 불과했다. 1980년대 평균 3.5자로 길어진 이후 90년대는 4.2자, 2000년대 준공 아파트는 평균 6.1자까지 늘어났다.
2010년 이후 입지 등 단지 특성을 애칭으로 표현한 ‘펫네임’도입이 본격화하면서 단지명이 평균 8자까지 늘었다. 여기에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규모 택지지구에서는 여러 건설사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단지 이름이 더욱 길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이름이 가장 긴 아파트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가람마을10단지동양엔파트월드메르디앙’으로 19글자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의 한 브랜드 담당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네이밍은 브랜드 고급화 트렌드에 발맞춰 새롭고 희소성 있는 펫네임을 활용하는 추세”라면서 “다만 새로운 조어 이용 증가로 아파트 간 식별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네이밍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