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넘쳐 규제 효과는 미지수
김포·부천 등 타지역으로 번질 우려
전문가 “단기책 아닌 근본처방 필요”
20일 나오는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등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추가 규제 가능성이 커지자 최근 화성과 구리, 광명 등에까지 집값 열기가 번지고 있다.
특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10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정부 규제를 피해 수도권을 옮겨 다니는 ‘풍선효과’가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뒷북 규제 비판 속에 시장의 눈은 이미 ‘넥스트 수용성’을 향해 있다. 이번 추가 규제에도 아파트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문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용·성, 얼마나 올랐길래=수원·용인·성남 지역은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풍선 효과’와 신분당선 연장과 수인선 등 교통 호재를 안고 집값이 크게 뛰었다.
한국감정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최근 3개월간 수원·용인·성남 지역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각각 2.75%, 2.48%, 2.41%로 같은 기간 경기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0.33%)의 7~8배에 달한다. 특히 수원 영통구와 권선구는 이달 1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는 등 폭등 양상을 보였다.
과천과 인접한 안양시와 의왕시 역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안양 만안구의 월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작년 11월 0.99%, 12월 1.29%, 올해 1월 1.25%에 이른다. 의왕시도 작년 11월 0.74%, 12월 2.44%, 올해 1월 0.83%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원에 넘게 팔리며 1년새 4억원이 상승했다. 이 지역 A공인 대표는 “포일동 일대 신축 아파트는 매물이 거의 안나오는데, 찾는 사람은 많아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안시성(안산·시흥·화성)이냐, 김부검(김포·부천·검단)이냐=시장의 눈은 벌써 또다른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안·시·성(안산·시흥·화성)이나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등이 대표적이다. 비규제지역, 신규분양이나 입주가 예정된 지역,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안·시·성 지역의 매매가는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각각 1.30%, 0.78%, 2.56% 올랐다.
2기 신도시인 김포와 검단은 분양·입주가 활발한 데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및 인천 지하철 2호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검토 가능성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외에 군포, 양주, 인천 등도 부동산 열기가 옮겨갈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구리와 광명의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 10일 기준 전주대비 각각 0.65%, 0.41% 올랐다.
경기 화성 아파트값도 지난주 0.74% 올랐다. 화성의 집값 상승을 이끄는 지역은 동탄신도시다. 수·용·성과 인접해 있고 조정대상지역인 동탄2신도시와 달리 동탄1신도시는 부동산 비규제 지역이다.
이 지역 B공인 대표는 “최근 동탄 지역 아파트를 문의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수·용·성의 풍선효과가 정부의 규제가 덜한 동탄까지 옮겨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인천 송도도 향후 ‘풍선효과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땜질식’ 대책 대신 근본 처방 나와야=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만 규제하니 돈이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급등한 지역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아니다. 풍선효과로 유동성 자금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지금 동탄 아파트값이 10억원이 넘었고 오산이나 평택으로까지 (풍선효과가)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정부가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등) 일부 지역만 규제한다면, 부동산시장 전체 안정화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 지역의 주택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도 “기대심리가 상당히 크고 유동자금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을 보면 제2의 풍선효과를 받는 지역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인천, 구리 등에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직후 당분간은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조정대상지역이 과거 투기과열지구의 규제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지역이 숨고르기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민상식·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