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포괄적 제재 허용
경영위축·보신경영 우려 커
재발방지 전제 감경 검토를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책임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제심의위원회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문책’ 경고로 제재 의견을 모았다. 지난 연말 금감원이 예비 통고한 수위 그대로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7조를 보면 금감원은 금융관련법규를 위반하거나 그 이행을 태만히 한 경우 문책경고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돼 있다.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런데 좀 애매하고, 가혹한 면이 발견된다.
이번에 제재위가 손•함 두 사람이 위법했다고 판단한 법령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다. 이 조항 위반에 대한 동법 상 처벌은 1억원 이하의 과태료다. 과태료는 벌금이나 과료(科料)와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 위반에 과해지는 벌이다.
그런데 동법 제5조 5항 임원의 자격제한 요건을 보면 금융관계법령 위반은 최소 벌금 이상의 형벌을 받아야 한다. 두 사람은 벌금형이 아닌데도 그에 상응하는 신분상 제약을 받는 셈이다.
‘문책’에 따른 신분상 제약은 동법 5조7항의 ‘이 법 또는 금융관계법령 위반에 따른 제재’가 근거다.
그런데 동법 5조6항도 금감원의 제재에 따른 자격제한을 규정한다. 두 가지 조건이 달린다. 우선 금융산업의 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회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시정조치 등을 받아야 하고, 임직원이 그에 직접 또는 상응 책임을 인정받아 제재를 받아야 한다.
6항과 비교하면 7항은 너무 포괄적이다. 요약하면 법적으로는 정부기관도 아닌 금융감독원의 장(長)의 권한으로 명시된 문책 이상의 제재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의 근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적 논란리 많다. 동법 24조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책임범위를 언급하고 있지 않아서다.
지금에 와서야 법의 합리성을 따져봐야 소용없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법의 부족한 부분을 사람이 채울 수도 있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근거도 있다.
이 규정 23조 1항을 보면 금감원장이 잘못의 정도, 사후 수습 노력 등 정상을 참작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게 했다. 2항은 금융회사나 임직원에 대해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함께 부과하는 경우에도 감경•면제를 허용하고 있다. 제젝심은 이번 건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거액의 과태료를 건의했다.
솔로몬의 명판결은 가짜 어머니를 벌주기 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고려했기에 가르침이 크다. 자칫 이번 일로 금융회사 CEO들의 혁신적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보신주의만 만연할 수 있다.
한 경제(漢 景帝) 때 형벌을 엄격하게 집행하기로 유명한 장탕(張湯)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에서 이렇게 평했다.
“장탕이 죽은 뒤에 법망은 엄밀해졌으나 사건은 더욱 많아졌고 가혹한 형벌을 남발하여 정사는 점차 혼란하고 황폐해졌다. 고관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봉록을 받는 것에 연연했다. 단지 그들은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실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것에 급급했는데, 어느 겨를에 법령 이외의 일을 연구하여 논의할 수가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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