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CEO책임 논란 닮은꼴
금감원, 문책경고 가능성 높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 느닷없이 삼성증권이 소환됐다. 삼성증권이 가장 최근에 비슷한 법위반 조건으로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구성도 거의 비슷하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금감원의 ‘정상참작’ 정도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첫 번째 제재심에선 양측의 이견이 여실히 드러났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부회장이 직접 출석해 변호인단과 함께 적극 소명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배구조법 시행령(19조)에 근거해 은행 조직에서 내부통제의 최종 운영·관리책임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두 은행들은 지배구조법(24조)를 들어 법에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경영진 제재할 근거는 약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4월 터진 이른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당시에도 CEO 징계에 대한 핵심 근거는 내부통제 부실이었다. 그해 6월 열린 제재심에서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직무정지(3개월), 전직 대표들에겐 해임권고(상당)의 징계를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도 정례회의를 열어 이를 확정했다.
다만 당시 삼성증권은 배당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내부통제 기준이 없었지만 은행은 투자상품 판매를 비롯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드웨어 상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두번째 쟁점은 소프트웨어다. 내부통제 최고 책임자인 CEO가 업무소홀로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했느냐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18조를 보면 ‘금융관련법규를 위반하거나 그 이행을 태만히 한 경우’,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경우 등을 문책경고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금감원장의 자료요구에 성실하지 않은 경우와 감독과 검사를 거부·방해·기피한 경우도 문책경고 대상이다.
주목할 대목은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거나 위법 부당행위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주의적 경고로 감경이 가능하는 조항이다. 두 은행의 수장이 직무태만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금감원에 적극 협조했다면 감경이 가능한 셈이다.
현재 두 은행은 DLF 피해자 손해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의적 경고부터는 등기임원 취임이나 연임에 제약이 되지 않는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경우에도 직무태만 책임은 인정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금감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방침을 통보 받았다. 지 행장은 이번 제재심에도 직접 출석하지는 않았다.
한편 첫 번째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금감원은 조만간 다시 제재심을 소집하기로 했다. 이르면 설 연휴가 시작하기 전에 임시 제재심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