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지난 10월 상하이 법인 청산
한중 법인 설립…분업화·현지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여기고 직진출했지만 쓴맛만 본 패션기업들이 우회로를 찾고 있다.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F는 지난 10월 상하이 법인(LF Trading Shanghai)을 청산했다. LF는 패션 브랜드 ‘모그’와 ‘TNGT’의 직진출을 추진하기 위해 2009년 상하이 법인을 설립, 현지 매장을 늘렸지만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자 결국 중국에서 철수했다. 상하이 법인의 매출은 2014년 140억원을 기록해 최고점을 찍고 이듬해 70억원으로 반토막 난 이후 지난해까지 손실을 냈다.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게 현지화하지 못한 결과였다.
LF는 상하이 법인 청산을 기점으로 중국 사업을 모두 라이선스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자사 패션 브랜드인 헤지스, 라푸마 등은 중국 3대 기업인 빠오시냐오에 판권을 맡기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LF관계자는 “중국은 정치적 변수, 복잡한 유통 구조, 자국 기업 우대 정책 등으로 한국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라이선스 사업은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것은 LF뿐만이 아니다. 형지는 2006년 여성복 ‘카텔로’로 중국에 처음 진출했지만 철수했다. 이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형지I&C가 첫 번째 실패를 딛고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또다시 철수로 이어졌다. 형지가 2018년 골프의류 ‘까스텔바작’으로 다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땐 현지 패션기업인 이링쥬그룹과 손을 잡은 이유다.
형지I&C도 올해 9월 이링쥬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중국 온라인 시장에 재진출했다. 코오롱스포츠도 2006년 중국에 진출했으나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2017년 중국 스포츠웨어업체 안타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패션기업들이 잇달아 현지 기업과 손잡는 이유는 중국 시장의 폐쇄성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직진출한 국내 기업은 자국 기업 우대 정책의 혜택을 받는 현지 기업에 밀려 영업이나 마케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대비효과(ROI)가 매우 낮아 중국 현지기업과 손을 잡지 않고서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로는 현지화가 꼽힌다. 인구가 14억명에 이르는 중국은 지역별로 소비자 디자인 취향도, 선호도도 천차만별이다. 소재, 색상, 디자인 등을 철저하게 현지화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기업들이 2000년대 한꺼번에 중국에 직진출했다 참패한 것은 중국을 재고 상품을 처리하는 시장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진출에 앞서 중국 소비자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 현지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중국 업체와 분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신원은 국내 패션기업 최초로 한중 합작법인을 설립해 2017년 남성복 브랜드 ‘마크엠’을 선보였다. 신원 관계자는 “한국이 마케팅과 디자인을, 중국이 유통을 담당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중국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뿐 아니라 각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리상을 끼는 형태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