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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고령화가 바꾼 일본 사회의 단면

이달 초 10여년 만에 중부산악(中部山岳)국립공원을 둘러봤다. 기후, 도야마, 나가노 현에 걸쳐 있는 고산지대로 일본 내에서도 오지로 손꼽힌다. 등산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다테야마(立山) 등 3000m급 준봉들이 즐비하다.

나고야 추부국제공항을 출발해 가슴 졸이는 산길을 자동차로 3시간 이상 달려 국립공원내 숙박지에 도착했다. 산 정상 작은 산골마을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진 국도를 이용했다. 전국 곳곳에 잘 정비된 일본의 사회인프라를 실감했다. 차에서 내려 둘러본 농촌과 산촌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가끔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초중고생은 물론 30,40대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스키 리조트나 온천에서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발견했다. 낡은 호텔에서 서빙이나 시설관리를 하는 많은 직원들이 노년층이다. 고급 휴양지인 ‘시에라 리조트’ 등에서는 그나마 젊은 직원들을 볼 수 있다. 동남아, 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외국인들도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다. 산간 벽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다. 고령화 인구감소 사회 일본의 단면들이다.

경제 부국인 G7 가운데 인구가 줄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인구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감소했다. 인구 센서스에서 2015년 현재 일본 인구는 1억2709만 명으로 5년 전보다 96만3,000명 줄었다. 지금 추세라면 40년 뒤엔 1억명이 무너진 9,0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65세 이상 인구가 3,514만명(2017년 9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7.7%를 기록했다. 이미 2005년에 65세 이상이 전인구의 20.1%에 달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이다. 80세 이상 1,000만명, 90세 이상도 200만명을 넘는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일하는 젊은 노동자는 줄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의료, 요양 등 노인복지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고령자 급증과 인구 감소는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단일 혈통을 중시해온 일본에서도 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폐쇄적이던 일부 전문직 업종까지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는 쪽으로 고용정책을 바꾸고 있다.

문명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신간 〈대변동〉에서 “일본은 부유한 국가 가운데 민족적 동질성이 가장 강한 국가”라고 지적한 뒤 “인구 감소는 식량과 에너지 등 해외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골칫거리’가 아닌 ‘이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이민정책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을 놓고 구성원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인구감소시대에 접어든 일본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해갈지 주목된다. 한국은 고령화의 속도가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좋은 참고 사례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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