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보인 행동이 여러면에서 실망스럽다. 우선 피의자 권리 보호 차원이라지만 출석 자체가 비공개로 이뤄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과 그 가족에 대한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조 전 장관은 시종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이로 인해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과 함께 지난 여름 우리 사회가 둘로 쪼개지는 극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처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면 일부러라도 검찰 포토라인에 서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게 상식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본다. 한데 조 전장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검찰은 조 장관의 소환을 앞두고 확인해야 할 게 많았을 것이다. 부인 정경심 교수가 15개에 달하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만큼 물어 볼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조 전장관 자신도 자녀의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웅동학원 허위 소송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그는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고, 혐의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지만 검찰에서 굳이 묵비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 되레 적극적으로 무죄를 증명하고 검찰과 국민을 설득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나아가 이른바 ‘조국 사태’에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 전장관은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오랜 기간 수사를 해 왔으니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묵비권 이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검찰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아예 무시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는 한달 전까지만 해도 법무부 장관이었다. 못마땅한 것이 있더라도 의연하게 검찰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조 전 장관의 검찰 출석으로 ‘조국 사태’는 일단락 됐다. 이번 사건의 의미와 중요성은 누구보다 검찰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의 검찰에 대한 개혁 압박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그럴수록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조 전 장관 수사를 마무리 해야 한다.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이 달렸다는 각오로 임하라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최종 입장 정리와 법원의 판단이다. 그리고 진영과 관계없이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길고 긴 조국 터널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다.